17일(현지 시각)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모스크바 외곽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4)가 17일(현지 시각) 러시아로 귀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20일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테러를 당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독일 베를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나발니는 이날 공항 도착 직후 러시아 연방형집행국 요원들에게 곧바로 체포됐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저녁 러시아 항공사 ‘포베다’의 베를린발 모스크바행 항공편을 타고 모스크바 외곽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탑승 직전 “매우 기쁘다”고 말했던 나발니는 공항 도착 직후 입국심사대에서 검은 마스크를 쓴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현장 영상에는 나발니가 끌려가기 직전 아내 율리야를 끌어안는 모습이 담겼다.

17일(현지 시각) 알렉세이 나발니가 기내에서 아내 율리아와 손을 잡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연방형집행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형집행국 모스크바 지부 요원들이 수배 대상인 나발니를 집행유예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지난 2014년 프랑스 화장품 회사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 100만 루블(약 5억9000만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은 현재 연장된 상태다. 연방형집행국은 법원 심리가 끝날 때까지 나발니를 구금하겠다고 전했다.

나발니는 구금되기 직전 기자들에게 즉석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무섭지 않다”며 “내가 옳다는 것을 안다. 나를 겨냥한 모든 범죄 사건은 조작된 것임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공항 이용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공항에는 러시아 폭동진압부대 모몬 요원과 경찰 등이 출동해 공항에서 대기 중인 나발니 지지자 수백명을 밖으로 몰아내고 일부를 체포하기도 했다.

17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외곽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알렉세이 나발니 귀국을 맞기 위해 나온 나발니의 한 지지자가 경찰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나발니의 귀국 전부터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연방교도소 측은 나발니가 집행유예형에 대해 ‘악의적인 위반’을 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나발니 관계자 및 지지자들은 극단주의를 부추긴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나발니의 운명에 대한 최정 결정은 크렘린궁에서 내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수년 동안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를 장기 구금하는 것을 피해왔는데, 이는 나발니가 푸틴 반대 여론의 집결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앞서 나발니는 지난해 8월 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비행기는 옴스크에 비상착륙했고, 나발니는 옴스크 병원에서 머물다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18일 만에 의식을 회복한 그는 베를린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왔다. 독일 등 서방 정부들은 나발니가 구소련과 러시아가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독극물팀 요원의 관련 증언도 나왔으나,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정부 관계설을 부인하고 있다.

나발니는 거칠고 유머러스한 발언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부패한 관료들을 거침없이 비난해 수많은 지지자들을 끌어모았다. 야권에서 나발니가 두각을 보이자 러시아 정부는 2018년 그의 대통령 출마를 금지했다. 그러나 그는 전국적인 지역사무소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유튜브로는 수백만명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