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앓고 난 사람들에게서 환각·환청·편집증 등 심각한 정신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증세가 대부분 정신병력이나 이와 관련한 가족력이 전혀 없는 코로나 완치자에게서 후유증처럼 나타나며, 드물지만 전 세계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코로나 완치 후… “아이들 죽이고 자살해” 환청
미국 뉴욕주(州) 아미티빌 소재 사우스오크스 병원의 히삼 구엘리 박사는 자신이 담당했던 42세의 여성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네 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이자 물리치료사로 일했던 이 여성은 지난 봄 코로나에 감염됐다. 당시는 가벼운 증상만 앓고 완치됐으나, 몇 달 뒤 ‘자살하라’ ‘아이를 죽여라’ 같은 환청을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점점 증상이 심각해져 2세에서 10세 사이의 자녀들이 끔찍하게 살해되는 환각을 보고, 심지어 스스로가 아이들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호소했다. 구엘리 박사에 따르면 이 여성은 ‘아이들 중 한 명이 트럭에 치이고, 다른 한 명은 목이 잘렸다’고 묘사했다.
그녀는 울면서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왜 내가 아이들을 목 졸라 죽이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했다고 구엘리 박사가 전했다.
정신 이상 증세로 입원한 지 2주정도 됐을 때 그녀는 두 살배기 막내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약, 리튬 등 8가지 다른 약을 복용했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아 전기충격 요법까지 고려했다. 다행히 정신분열 치료제인 리스페리돈이 약효를 보였고 4주 후 호전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구엘리 박사는 “이런 증상이 코로나와 관련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그녀의 의료 기록 가운데 유일하게 주목할 만한 것이 올봄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서 사례 보고… 대부분 30~50대 장년층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코로나 후유증으로 정신 질환이 보고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요양원 직원(36)은 자신의 세 아들이 납치될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서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며 패스트푸드점의 드라이브스루 창문을 통해 아이를 건네주려고 했다. 뉴욕에 사는 한 건설 근로자(30)는 사촌이 자신을 살해할 것이라고 생각해, 침대에 누워 있는 사촌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 입원 환자 153명에 대해 신경정신학 연구를 한 결과 10명에게서 전에 앓은 적 없던 새로운 정신 질환이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스페인의 한 병원에서 비슷한 사례가 10건 확인됐다.
미 듀크대 메디컬센터의 콜린 스미스 박사는 NYT에 “추정컨대 코로나가 발견되는 어떤 곳에서라도 이런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주목할 것은 코로나 후유증으로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인 환자들이 30~50대였다는 것이다. 구엘리 박사는 “이런 증상은 나이가 많은 치매 환자나 어린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 보이기는 해도 30~50대에서 발병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적으로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정신질환자와는 달리 이들은 ‘내가 뭔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지점이라고 한다.
◇”코로나, 호흡기 질환만 일으키는 것 아냐”
사례를 종합하면 후유증으로 정신 이상을 겪은 환자의 대부분은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고 한다. 구엘리 박사가 치료한 환자들도 호흡기 질환은 없었다. 다만 현기증, 두통 또는 후각 상실과 같은 미묘한 신경계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 2주 내지 몇 달 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한 수준의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게 됐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수준의 정신 질환 사례는 아주 적은 비율이지만, 코로나가 정신 건강과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예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학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처음에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간주됐으나, 이제는 폐나 순환기 문제를 겪지 않은 환자들에게서도 신경계와 인지·정신적 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