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최대 케이블 뉴스채널 폭스뉴스가 미국 대선이 치러진 이후 ‘존망의 기로’에 놓였다고 영국 가디언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20.11.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최대 케이블 뉴스채널 폭스뉴스가 미국 대선이 치러진 이후 ‘존망의 기로’에 놓였다고 영국 가디언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폭스뉴스가 대선과 관련한 방송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앞질러 예측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으로 밉보이면서 시청자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것이다.

주요 방송사 중 유일하게 보수 색채를 띄는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평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압도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지난 2018년 창사 22년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폭스뉴스의 평균 시청자 수는 490만명. 이는 미국 케이블 방송 40년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CNN 시청자 수도 이 조사에서 240만명에 불과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앵커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상위권을 차지했는데, 앵커 터커 칼슨이 진행하는 ‘터커 칼슨 투나잇’이 이달 평균 시청자 수 536만 명으로 시청자 수 1위를 차지했다. 터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알려져있다.

칼슨은 반이민, 외국 전쟁 개입 반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같은 ‘미국 우선주의’를 방송에서 주장해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지난 7월 6주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분석한 결과 그의 발언 중 상당수가 TV에서 터커 칼슨이 했던 말이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칼슨을 2024년 대선 주자로 거론할 정도다.

지난 8월 션 해니티 미국 폭스뉴스 앵커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소개하는 모습./AP 연합뉴스


2위는 520만명의 시청자를 거느린 ‘숀 해니티 쇼’가 차지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언론인으로 꼽히는 해니티는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한 인물이기도 하다.

잘 나가던 폭스뉴스의 시청자가 대거 이탈한 건 대선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움을 톡톡히 샀기 때문이다. 대선 당일 경합주로 꼽힌 애리조나주와 관련한 보도가 결정적이었다. 대선이 치러진 지난 3일 밤 11시쯤, 폭스뉴스는 그 어느 방송보다 먼저 애리조나를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예측해 보도했다. 애리조나 개표가 75%쯤 이뤄졌을 때였고, 바이든 당선인이 7%포인트 앞선 상황이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폭스뉴스 채널/로이터 연합뉴스

애리조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선을 제외하고 지난 72년간 단 한번도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적 없는 공화당 텃밭이다. 그런 애리조나가 민주당의 색인 푸른 색으로 칠해진 것을 본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선거캠프는 공포에 휩싸였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날 폭스뉴스 개표 방송을 지켜보다 ‘애리조나 패배’ 예측에 깜짝 놀란 트럼프 대통령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제이슨 밀러 고문 등 참모진들은 바로 폭스 소유주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에게 전화했다. 트럼프는 격노해 “소송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단단히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주변인들에 “폭스뉴스를 무너뜨릴 생각”이라고까지 언급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직접 디지털 미디어 회사를 세워 폭스뉴스를 혼내주겠다는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폭스뉴스를 저격하며 “그들은 무엇이 그들을 성공하게 했고, 무엇이 그들을 거기까지 가게 했는지 잊었다”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잊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에 대한 분노는 지지자들에게 퍼지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폭스뉴스가 부패한 미디어에 공식 합류했다”, “그들은 영혼을 팔고 충성심 있는 시청자 수백만 명의 신의를 잃었다” 등의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 적극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폭스뉴스 보이콧’을 벌이고 있다. 극우 매체인 뉴스맥스 등으로 이동할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까지 약 2만5000명에 불과했던 뉴스맥스TV의 일일 평균 시청자 수는 이번 대선 이후 70만∼8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닐슨은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