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땅, 그린란드 전경.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소유욕을 드러내면서 ‘얼음으로 뒤덮인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황량한 섬’ 정도로만 알려졌던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 북동쪽, 아이슬란드 북서쪽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한반도 면적의 9배가 넘는 세계 최대의 섬이지만 인구는 약 5만5600명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이누이트(원주민)는 기원전 2000년을 전후해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거칠고 황량한 곳에 녹색의 땅이라는 뜻의 역설적 이름이 붙게 된 계기가 전해진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아이슬란드에 거주하다 이곳에 정착한 바이킹 탐험가 에리크 라우디 토르발드손이 유럽인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일부러 녹색의 땅이라고 선전한 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에스트리드 왕조 시절인 1380년 덴마크 식민지가 됐다.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19세기 국력을 팽창하던 미국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은 서반구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규정하는 ‘먼로주의’를 선언하면서 그린란드를 전략권 안에 포함시켰다. 1867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알래스카를 매입하면서 그린란드도 함께 사들이는 것을 고려했다. 당시 국무부는 존슨에게 “풍부한 자원과 전략적인 위치를 감안하면 매입하는 게 좋다”고 보고했다.

실제 매입 시도가 이뤄진 것은 2차 대전 종전 후다. 1946년 해리 트루먼 행정부는 금 1억달러어치와 그린란드를 맞바꾸자고 덴마크에 제안했지만 덴마크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1억달러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조5000억원쯤 된다. 미국은 그린란드를 손에 넣지 못했지만 덴마크와 방위 협정을 맺고 북서쪽 피투피크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최첨단 공군 기지를 운용하며 중요 군사 거점으로 삼았다.

덴마크는 1953년 헌법을 개정해 본토의 일부로 편입시키며 통제력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원주민들의 독립 및 자치권 강화 열망이 커지자 1979년 주민투표를 통해 그린란드에 자치권을 부여한 뒤 확대해 왔다. 외교와 국방은 덴마크가 맡고 있지만 그린란드 자치 정당과 의회가 있으며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그린란드의 경제는 오랫동안 원주민들의 전통 어업과 수렵에 의존했다. 전체 면적의 약 75%가 두께 수천 m에 달하는 영구 빙하로 덮여 있어 오랫동안 쓸모없는 섬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희귀 금속 등이 대규모로 묻힌 자원의 보고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기후 변화로 지정학적·경제적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온난화로 빙하가 사라지고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서 접근이 어려웠던 지하자원 및 항로 개발 가능성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에는 석유·가스는 물론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와 전기차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광물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의 9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한 상황에서, 트럼프에게는 그린란드 확보가 이 같은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인식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얼음 위의 실크로드’로 불리는 북극 항로의 부상도 그린란드의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북극해를 통과하면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해상 운송 거리가 기존 홍해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약 40% 단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 항로 개발에 협력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그린란드를 전략적으로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