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주민들이 그린란드 국기와 ‘그린란드는 판매용이 아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수도 누크에 있는 미국 영사관 앞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그린란드를 미국으로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자 이에 반발한 그린란드 주민들의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그린란드 합동 군사훈련에 참여한 나토 동맹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 계획까지 밝혔다./게티이미지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그린란드와 덴마크 전역에서 동시에 열렸다. 현지 주민들은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 “미국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앞세워 그린란드의 자결권을 강조했다. 그린란드는 과거 덴마크의 식민지였지만 1979년 자치령으로 승격, 주민이 선출한 정부 수반이 행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17일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는 수천 명이 도심에 집결해 그린란드 국기를 들고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미국 영사관을 향해 이동하며, 그린란드어로 섬의 이름인 ‘칼랄리트 누나트(Kalaallit Nunaat)’를 연호했고,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전통 노래를 부르며 항의의 뜻을 밝혔다. 한 참가자는 “그린란드는 장난감이 아니라 우리의 집”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도 이날 시청 앞 광장에 수천 명이 모여 ‘그린란드에서 손 떼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미 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국기를 함께 흔들며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세운 정치 슬로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미국은 물러가라(Make America Go Away)’로 바꾼 문구를 새긴 붉은색 야구 모자를 착용하고 시위에 동참했다.

‘미국은 이미 ICE가 너무 많다’는 팻말도 등장했는데, 이는 최근 강력한 불법 체류자 단속을 벌이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영문 약어가 그린란드 영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얼음(ice)과 똑같은 점을 활용한 것이다. 덴마크 거주 그린란드인 단체 ‘우아굿(Uagut)’의 율리 라데마허 의장은 “지지에 매우 감사하다”면서 “전 세계를 향해 ‘모두 깨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시위 주최 측은 코펜하겐 집회 참가자가 2만명을 넘었다고 추산했다. 이날 집회는 오르후스·올보르·오덴세 등 덴마크 주요 도시에서도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