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국내 정치적으로도 궁지에 몰려 있다. 정부 내 고위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부패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내에서도 비판받고 있는 젤렌스키가 종전안을 거부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 더 세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사 당국은 최근 젤렌스키의 전 사업 파트너인 티무르 민디치가 정부 발주 사업비 1억달러(약 1470억원)를 리베이트로 챙겼다며 입건했다. 민디치는 젤렌스키가 코미디언 시절 설립한 미디어 제작사의 공동 소유주다. 검찰은 “민디치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분야에서 범죄적 수단으로 획득한 자금의 축적, 분배, 합법화를 통제했다”며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이용했다”고 했다.
젤렌스키가 이 비리에 직접 연루됐다는 정황은 아직 없지만, 민디치가 지난 10일 압수 수색 직전 해외로 도주하면서 비호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민디치에게 수사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반부패특별검사실(SAPO) 부실장이 사임하는 등 수사기관 내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수사 당국은 정·재계 핵심 인사들이 이들의 뒷배를 봐주거나 범행을 묵인한 것으로 보고 전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헤르만 갈루셴코 법무장관도 입건했다. 당국은 갈루셴코 장관이 4년간 에너지부 장관을 지내면서 에너지 부문의 자금 흐름을 통제하는 대가로 민디치에게 ‘개인적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최근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하면서 심각한 전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가운데 터진 에너지 기업의 부패 사건은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젤렌스키는 정치적 입지가 취약해 종전 협상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한 유럽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젤렌스키에게 사실상 ‘서명 외엔 선택지가 없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