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 국제공항.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AP 연합뉴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공습 과정에서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무인기)을 격추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폴란드가 러시아 군사 자산을 직접 타격하면서, 종전 논의가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로이터·BBC 등에 따르면 폴란드는 이날 전투기를 출격시켜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드론이 여러 차례 국경을 넘었고, 폴란드군 레이더가 포착한 비행체만 10개 이상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동남부와 우크라이나 서부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폴란드군은 “(드론 잔해) 추락 가능성이 있는 지점에 대한 수색이 진행 중”이라며 “이것은 폴란드 영공에 대한 전례 없는 침범이자 국민의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공격 행위”라고 비판했다. 폴란드 최대 공항인 바르샤바 국제공항이 일시적으로 폐쇄됐고, 마조비에츠키에·루블린 등 격추 현장에서 가까운 일부 지역에는 외출 자제령이 내려졌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군 지도부,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등과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가 러시아의 군사 자산을 공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 이후 폴란드가 직접 군사적으로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49년 창설된 나토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 방위 원칙을 헌장(5조)에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을 우려해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러시아의 폴란드 영공 침범은 방어 태세를 시험하기 위한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 윌슨(공화당) 미국 하원 의원은 X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의 (집단 방위)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은 로이터에 “나토와 개별 회원국의 방공·조기경보 시스템을 시험하려는 의도적 행위”라며 “우리는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