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시작한 지 1주일이 돼 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적절한 반격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회복한 지역은 동부 도네츠크 주와 남부 자포리자 주의 최전선에 위치한 7개 타운을 포함해 103㎢에 그쳤다. 이는 서울 면적(605.2㎢)의 6분의1에 해당한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침공한 이래, 크림 반도(2014년 강제 합병)를 제외하고도 10만3600㎢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고 있다. 전체 우크라이나 영토의 17%에 해당한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15일 브뤼셀에서 열린 NATO 회의에서 “장기적이고 격렬한 전투”를 예고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러시아군이 수만 명의 병력으로 오랫동안 방어선을 구축한 것을 인정하며 전황에 대해 판단하기는 “매우 이르고, 큰 희생을 동반하는 매우 격렬한 전투가 상당히 오랜 기간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초기 전투에서 파괴된 (서방이 지원한) 5대의 장갑 차량을 10개의 다른 각도에서 찍어서 한 1000번은 보여주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은 많은 전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 말리야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기자들에게 “숫자로만 보면 느리게 보일 수 있어도, 진격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진격의 주요 축(軸) 하나는 러시아와 크림반도 잇는 육로 끊는 것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하는 한 축은 동부 루한스크 주에 있는 바흐무트와, 이곳에서 남쪽으로 갈라지는 도네츠크 주의 벨리카 노보실카, 불레다르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곳에 6개 전투 여단을 투입했다. 또 따른 핵심 축은 남부 자포리자 주의 오리히우를 향했다. 오리히우와 토크마크를 잇는 도로를 장악해, 궁극적으로는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지의 연결 통로(land bridge)를 끊어내려는 것이다. 토크마크는 철도 수송의 허브(hub)이고, 러시아 남부에서 크림반도로 가는 주요 도로를 차단할 수 있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바흐무트 전선에선 점진적으로 지금까지 103㎢의 실지(失地)를 회복한 반면에, 남쪽 오리히우-토크마크 축은 훨씬 느리다.
서방 민간 군사분석기관들은 이곳에서 우크라이나군 손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러시아가 파괴된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 2대와 미 보병전투장갑차량 브래들리 3대 영상을 공개한 곳도 이 지역이다.
그러나 러시아 쪽 손실도 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친정부 블로거들과의 미팅에서 러시아도 54대의 전차를 잃었다고 시인했다. 이는 서방 민간 정보기관들이 공개된 자료로 추정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다.
◇우크라이나ㆍ러시아군 모두 ‘간 보는’ 상황
미국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로 가는 육로를 공격할 미사일과, 아조프해에서 오는 러시아 해상 수송을 겨냥할 대함(對艦) 미사일까지 모든 무기를 갖췄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러시아군 방어선과 보급로에서 취약점을 찾아내는 탐색전 위주의 전투를 하고 있다. 러시아군 역시 최전선에서 15~20㎞ 떨어진 후방에 콘크리트 요새를 구축하고 잔뜩 웅크리고 있다. 서로 주요 부대를 대규모로 투입하지 않고 ‘간 보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영국 왕립합동군연구소(RUSI)의 육지전 전문가인 잭 워틀링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방어선의 취약점을 찾아가며 전진하고 있는데, 전진할수록 (러시아군의 대공 화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공군의 지원을 받기는 힘들고 러시아 헬기와 전투기 공격에 노출해 쉽지 않은 전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탐색전 성격의 전투를 통해, 후방에 웅크린 러시아군을 앞으로 끌어내 방어선의 취약점을 찾아낸다는 전략이다. 러시아군이 전방으로 재배치되면서, 빈약한 훈련 상태와 사기 저하, 조율되지 않은 공격력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전진하는 루트는 온갖 참호와 지뢰로 매설돼 있어 전진 속도는 느려지고, 이는 러시아군 드론의 정찰과 러시아군 포격에 노출된다. 최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지난 수개월 작정하고 후방에 구축한 콘크리트 방어선까지 가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리고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우크라가 예상 못한 변수 ‘댐 폭파’
우크라이나 군이 예상 못했던 하나의 변수는 지난 6일에 있었던 노바 카호우카 댐의 폭파였다.이 댐이 폭파되면서, 이 댐의 하류에 위치한 헤르손 지역이 수몰됐고, 이미 이곳의 주요 도시 헤르손을 포기하고 드네프르 강 동쪽으로 후퇴했던 러시아군은 상당한 병력을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취하는 자포리자 쪽으로 재배치할 수 있었다. 반면에, 강이 범람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중(重)무기는 도강(渡江)이 어려워졌다. 이 댐을 장악하고 있던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폭파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지는 “그러나 강 동쪽에 러시아군 방어시설들도 휩쓸려 갔고, NASA(미 항공우주국)의 적외선 위성 자료를 보면 강 서쪽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강 너머로 화력을 퍼붓고 있다”고 전했다.
◇”탱크ㆍ장갑차 250대 이상 갖춘 우크라 1개 기갑 여단도 동원 안 됐다”
한편,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이었던 벤 하지스는 15일 워싱턴 포스트에 “대규모 기갑 장비가 동원되기 전에는 탐색전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1개 기갑 여단은 최소 250대의 전차와 장갑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아직 이런 규모의 동원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기갑 여단은 보통 4~5개의 전차 및 기갑 보병대대로 구성되며, 1개 전차 대대는 전차 31대, 1개 기갑 대대도 비슷한 수의 기갑 차량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또 공격에서 별 효율적이지 못했던 러시아군이 수비에는 더 능한지도, 아직 양측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지 않아 알 수 없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군에게 발생하는 초기 손실은 단지 ‘손쉽게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킬 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