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세에 앞서, 우크라이나군을 증강하려는 미국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의 탑시크릿 전쟁 상황을 자세히 밝힌 기밀 문서가 누출됐다. 공개된 문서의 제목은 ‘3월1일 현재 분쟁 상황’이었다. NYT는 6일 “이번 유출 사건은 개전 이래 러시아 정보기관이 거둔, 공개된 최초의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6일 “바이든 행정부 내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트위터와 텔레그램 두 곳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이들 문서가 이번 주에 게시돼 공유되고 있으며, 미 국방부가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전세계적으로 5억 명 이상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다.

우크라이나의 특수부대 요원이 6일 러시아군과 접전을 치르는 동부 도네츠크의 한 지역에서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NYT는 “미 군사분석가들은 공유된 문서가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수를 과대 평가하고 러시아군 전사자 수를 과소평가하는 등 원래 형식에서 특정 부분을 수정한 것 같다”며 “이는 (이 문서를 입수한) 러시아 정부의 정보 왜곡의 결과일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우크라 전투여단 전력 소개...러시아 전사자수는 축소 왜곡

NYT는 그러나 예상되는 무기 공급 도표, 부대별 전력, 기타 계획을 보여주는 원본 문서의 사진들이 그대로 공개돼, 미국의 정보 관리 상 중대한 허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 문서는 현재 친(親)러시아 소셜미디어 채널 등을 통해 공유되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 게시물을 삭제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미 군사분석가들은 NYT에 “문서의 일부는 진짜인 것으로 보이고, 서방 무기의 인도 시기와 서방의 훈련을 받는 우크라이나군 투입 일정, 우크라이나군 증강 숫자와 기타 군사적인 세부 정보는 러시아에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서는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하려고 하는 시기와 장소, 방법 등과 같은 구체적인 전투계획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또 5주 전인 3월1일 당시의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점을 제공한다. 분석가들은 “이 문서가 현재와 앞으로 수개월 간 최전선에서 발생하는 전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HIMARS(高기동성의 다연장로켓포)가 전장에서 얼마나 빨리 소비되는지에 대한 정보와 같이, 러시아 전쟁기획가나 야전 사령관의 숙련된 눈에는 매우 흥미로울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문서는 우크라이나군이 HIMARS 탄약을 얼마나 빨리 소진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 우크라 9개 여단, NATO가 훈련 중”

실제로 지난 3월1일,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들은 워게임 세션을 위해서 독일의 비스바덴 미군 기지에 있었다. 마크 A 밀리 미 합참의장과 NATO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인 크리스토퍼 카볼리 장군도 다음날 이 세션에 합류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공개된 또 다른 문서는 1~4월 중에 우크라이나 부대와 장비, 훈련 일정을 표시한 표를 포함하고 있다. 이 문서는 우크라이나군 12개 전투 여단을 요약하고 이 중 미국과 기타 NATO 동맹국에서 훈련과 무기 공급을 받는 9개 여단을 밝히고, 이 중 6개 여단은 3월 말까지, 나머지는 4월 말까지 전투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소개했다. 9개 여단에 필요한 총 장비는 250 대 이상의 탱크와 350대 이상의 기계화 차량이었다.

한편, 공개된 슬라이드 중 하나는 지금까지 러시아군 1만6000~1만75000명, 우크라이나군은 7만1500명 전사한 것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와 군사 분석가들은 현재 러시아가 이보다 훨씬 많은 20만 명 가까운 사상자를 냈고, 우크라이나군도 10만 명 이상 사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 수집 능력에서 미국 뒤쫓던 러시아의 ‘커다란 일격’

NYT는 “이 문서가 소셜미디어 채널에 게시될 수 있었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장 관련 정보 수집에서 미국에 처지는 것처럼 보였던 러시아에겐 커다란 일격(coup)”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기 자국군의 현실과 약점이 노출돼 서방의 군사 지원 의지가 약화될까봐 작전 계획을 NATO에 공개하기를 꺼렸다. 그래서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군 작전 계획보다 러시아군 작전 계획을 더 잘 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후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정보 공유는 작년 가을부터 상당히 완화됐고, 우크라이나군의 공세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했다. NYT는 “그러나 전세계가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 이런 종류의 정보가 유출된 것은 양국 간 정보 공유에 해(害)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