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극동 지역에 위치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 해군의 엘리트 보병 여단 부대원들이 “위대한 장군들의 세심한 전투 계획 덕분에 도륙됐다”는 불만을 텔레그램 등에 잇달아 올리고 있다.

러시아에서 비교적 독립적인 영문(英文) 매체인 모스크바 타임스는 7일 블라디보스토크가 속한 러시아 연해주(프로모르스키 주)에 배치됐던 “제155 해군 보병 여단 병력 중 300명이 나흘 만에 전사, 실종되고 중상을 입었다”며 “위대한 장군들의 미숙하고 세심한 공격 명령 덕분이라고 비난한다”고 보도했다.

서방에서 통상 해병대로 부르는 제155 해군 보병 여단은 1705년에 창설된 유서 깊은 엘리트 부대로, 상륙 작전과 경(輕)보병 임무를 맡고 있다.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을 포함한 러시아 동부 군관구와 태평양 함대 소속이다. 이 부대의 중간급 지휘관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올레그 콘체미야코 주지사에게 “이 전투의 타당성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파견하라”고 요구했다.

여러 텔레그램 메시지들을 종합하면, 이 부대는 지난 2일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의 주도(州都) 도네츠크 남서쪽에 위치한 블리이더라는 도시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이 도시는 보급로의 핵심 루트에 있었다. 그러나 이 여단의 한 대대장은 “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고, 증원 부대가 작전을 펴기엔 최악인 날씨에서 절망적인 공격에 내몰렸다”고 썼다.

또 다른 메시지는 “그런데도 러스탐 무라도프 군관구 사령관과 여단장은 상부 보고와 ‘영웅’ 호칭을 받기 위한 공훈(功勳) 쌓기에만 몰두했고, 사람들을 ‘고깃덩어리’ ‘대포밥’으로 불렀다”고 썼다. 그 결과, 전투 시작 나흘 만에 300명의 전사자와 실종자,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여단 부대원들은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군관구 사령관과 여단장은 러시아 참모총장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가 별도의 조사팀을 파견하라”고 요청했다. 이 메시지를 분석한 미국의 한 군사 전문가는 트위터에 “이 여단의 나흘 간 피해 규모는 이 여단이 1990년대 중반 제1차 체첸 전쟁 전(全)기간에 입은 것보다 크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피해가 속출하자, 한 러시아군 장교는 텔레그램에 “국가는 포탄을 대량 생산하든지, 관(棺)을 대량 생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친(親)정부 블로거들까지 이들의 메시지를 인용해 소개하자, 7일 오후 러시아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부인(否認) 성명을 냈다.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러시아 국방부가 ‘대량 전사(戰死)’ 뉴스에 대해 반응하기는 처음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여단 부대원들의 주장을 부인하며 “실제 전사자와 부상자는 이들 주장의 각각 1%, 7%를 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군은 제155 여단보다 7~9배 사상자가 났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이 정예부대의 공격으로, “5㎞ 더 진격할 수 있었고, 임무가 완수될 때까지 계속 전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쟁에 우호적인 한 러시아 블로거는 “국방부는 또 한 차례 불만의 물결이 일어날 것을 간파하고, 신속하게 전체 상황을 주변화하면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가장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