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차기 총리 후보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22일(현지 시각) 아프리카 이주민이 우크라이나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2차 가해 우려가 있는 영상을 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멜로니는 “반대 진영의 정치공세”라며 비판을 일축했다.
멜로니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아프리카 기니에서 망명 신청한 남성(27)이 우크라이나 여성(55)을 성폭행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피아첸차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성폭행 사건 앞에서 침묵할 수 없다”며 “나는 도시의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피해 여성의 울음소리는 편집되지 않았다.
멜로니가 언급한 성폭행 사건은 지난 21일 새벽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의 길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가해 남성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현재 성폭행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목격자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폭행 당시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멜로니가 해당 영상을 올린 뒤 반대 진영에서는 그녀가 내달 25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반이민·반난민 정서를 자극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려 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멜로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극우 정치인으로, 반이민·반유럽통합론 등을 내세워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인 불법 이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 해안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엔리코 레타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 대표는 트위터에 “성폭행 사건을 부적절하게 이용했다”며 “당선을 위해 활용했다면 더욱 부적절했다. 피해자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라고 적었다.
루시아 아졸리나 전 교육부 장관은 “(성폭행 영상을 올린 것은) 폭력을 수단화한 것”이라며 “미디어를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여성이 총리 후보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카를로 칼렌다 중도 성향 정당 대표는 “멜로니는 문명국가에 맞지 않는 일을 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피아첸차 지역지 ‘일 피아첸차’는 한 사설에서 “멜로니라는 정치인에 대한 찬반을 떠나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지 네티즌들도 반발했다. 이들은 멜로니 트위터 계정에 “성폭행 영상을 올린 건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증거” “우리는 지금 가장 저속한 방식의 선거 유세를 목격하고 있다” “부끄럽지도 않냐, 이건 심각한 인권 침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멜로니는 “비디오는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식별할 수 없다”며 “성폭행 영상 업로드에 대한 비판은 반대 진영의 정치공세”라고 반발했다. 현재 멜로니가 올렸던 성폭행 영상은 트위터 운영원칙을 위반했다며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