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동부의 해안도시 치비타노바 마르케 지역 시내 중심가에서 32세 이탈리아인 백인 남성에게 폭행 당해 숨진 나이지리아 출신 노점상 알리카 오고르추쿠씨(왼쪽,39).신체 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피해자가 대낮에 폭행 당할 당시 주변의 아무도 도움을 주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트위터

이탈리아의 한 도심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민 노점상이 백인 남성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목격자 중 누구도 폭행을 말리거나 저지하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

남편 사망 소식에 눈물 흘리고 있는 아내. /AP 연합뉴스

30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노점상 알리카 오고르추쿠(39)는 전날 오후 2시쯤 이탈리아 동부의 해안도시 치비타노바 마르케 지역 시내 중심가에서 32세 이탈리아인 백인 남성에게 구타당해 숨졌다. 오고르추쿠는 보행용 목발을 이용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가해자는 오고르추쿠가 자신의 여성 지인에게 “예쁘다” “손수건 좀 사달라” 등의 말을 건넸다는 이유로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가해자가 오고르추크의 목발을 잡아채 바닥으로 넘어뜨린 뒤, 몸에 올라타 마구 주먹질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목격자가 두 명 이상 있었지만, 폭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휴대폰으로 폭행 장면을 촬영하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지자, 네티즌들은 일제히 가해자와 목격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목격자의 방관과 무관심이 오고르추쿠의 사망을 야기했다” “명백한 인종 차별 범죄다” “폭행 장면을 보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목격자도 가해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이 피해자가 사망한 장소에 꽃과 쪽지 등을 남기며 애도를 표했다. /EPA 연합뉴스

피해자의 아내를 비롯한 시민 수백명은 이날 치비타노바 마르케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가해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죽음을 방관한 목격자들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민들은 오고르추쿠가 사망한 장소에 꽃과 쪽지 등을 남기며 애도를 표했다. 한 시민이 남긴 쪽지에는 “인종차별을 멈춰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번 사건은 오는 9월 25일 실시되는 이탈리아 조기 총선을 앞두고 일어났다.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포용적 이민 정책을 추구하는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는 트위터에 “경악스럽다. 전례 없는 폭행 사건”이라며 “이렇게 만연한 무관심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자에 적대적인 성향을 지닌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안전에는 (피부) 색이 없다”며 “중도 좌파들이 나이지리아인의 죽음을 이용해 나와 수백만 이탈리아인을 인종차별로 비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가해 남성은 현장에서 살인, 강도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인종차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상황이 매우 분명하다. 폭행은 특정 인종을 차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소한 논쟁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인종차별 논란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조만간 남성에 대한 구속 수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