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旗艦)인 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함이 격침 되기 수 시간 전에, 미 해군의 최첨단 해상 초계기인 P-8 포세이돈이 흑해 연안을 훑고 지나갔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미 보잉사의 737-300 제트 여객기에 기반한 P-8 초계기는 반경 100마일(160㎞) 이상의 해상에서 활동 중인 선박과 잠수함을 추적하는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더타임스는 “격침 당일,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군 동향에 대한 기밀 정보를 제공하는 P-8의 항로 100마일 안에 모스크바함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각종 항공기의 항로를 실시간 추적하는 ‘플라이트 레이더(Flight Radar) 24’에 따르면, 미 해군 초계기 P-8 포세이돈은 13일 오후 1시32분쯤 이탈리아 시칠리섬의 시고넬라 미 해군 비행장에서 이륙했다. 항공기의 고유번호∙기종∙국적 등을 담은 헥스코드는 AE681B이었다.
이후 P-8은 발칸반도와 불가리아를 거쳤고, 오후 3시27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9㎞ 떨어진 루마니아의 한 마을 상공에서 트랜스폰더(transponder)를 껐다. 흑해 연안으로 비행하기 직전이었다. 트랜스폰더는 관제소에 항공기의 고유번호와 비행 정보를 주기적으로 발신하는 장치다. 영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P-8은 분쟁 지역에 들어갈 때에 일반적으로 트랜스폰더를 끈다”고 타임스에 말했다.
더타임스는 이때쯤 이미 P-8은 격침된 모스크바함이 발견된 위치에서 160㎞ 이내였다고 전했다. P-8은 이후 시칠리섬의 기지로 돌아가며 비슷한 지점에서 오후 6시23분 트랜스폰더를 다시 켜기까지 2시간 56분 동안 ‘잠적(hidden)’했다. 이후 P-8은 고도를 2만9000피트(8840m)에서 1만1900피트(3630m)로 낮췄다.
결국 이 3시간 동안, 기함인 모스크바함을 비롯한 러시아 흑해 함대의 최신 해상 위치 정보를 수집해서, 우크라이나군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러시아군에 대한 최고급 기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당 가격이 3억300만 파운드(5320억원)에 달하는 P-8은 미국이 보유한 최첨단의 잠수함∙전함 추적 정찰기다. 레이시언 사가 개발한 해상∙육상∙연안 동시 감시 레이더인 APY-10 레이더를 장착하고, 공해상에선 음파탐지기 부표(sonabuoy)를 떨어뜨려 전함을 탐지할 수 있다. 더타임스는 “P-8의 정찰 능력은 비밀이지만, 220마일(약350㎞)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사방 100m 간격으로 위치 추적 지도를 작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해군도 P-8A를 차세대 해상 초계기로 선정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6대를 순차적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한편, 모스크바함의 격침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이날 오후8시42분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관련이 있는 한 우크라이나인이 페이스북에 처음 격침 사실을 알렸다.
미 해군은 우크라이나군에게 모스크바함 격침에 필요한 정확한 위치 정보를 줬는지를 묻는 질문에 확인을 거부했다. 미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더타임스에 “미국은 나토(NATO)의 동쪽 측면을 계속 지원하기 위해, 루마니아 해안을 따라 제한된 항공 순찰을 한다. 그러나 작전의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