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위성 사진, 인터넷과 같이 공개된 정보에 기초해 각국의 군사시설과 작전 상황을 탐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19일 러시아 남부의 한 공군기지 주기장(駐機場)에서 세워진 미그-31BM 초음속 요격 전투기의 진위(眞僞) 여부를 놓고 달아올랐다.
논란은 우크라이나군 소유로 알려진 트위터 계좌가 18일 “구글 맵이 이제 러시아의 군사∙전략 시설에 대해 고화질의 위성사진을 게재하기 시작했다”며 “누구든지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대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설물을 볼 수 있다”고 트윗하면서 시작했다. 이전까지 우크라이나군은 구글이 러시아군 시설에 대한 위성 사진을 일부러 흐릿하게 처리한다고 비난했고, 구글 측은 이에 맞서 19일 “구글 맵에 공개된 사진은 흐릿하게 처리된 적이 없고, 러시아군 기지 사진은 위성 이미지 원본대로 게재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구글 맵에 게재된 러시아군 기지 위성 사진은 의도적으로 블러(blur)처리를 했든 안했든, 일부 흐릿하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의 발표가 있자, 서방의 오픈소스 정보 분석가들이 러시아 군기지 사진을 다시 면밀히 조사했다. 인터넷 매체들은 앞다퉈 ‘선명한’ 러시아군 시설물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했다. 구글 위성 사진에선 50㎝ 크기 물체가 1픽셀로 표시한다. 반면에, 미국의 첩보 위성 사진은 1픽셀이 5㎝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650㎞ 떨어진 러시아 남부 리페츠크 공군기지 상공에서 찍힌 위성 사진이 오픈소스 정보 커뮤니티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주기장에 세워진 일부 미그 31 요격기의 양쪽 날개와 꼬리 날개가 동체에서 떨어져 도로 위에 놓인 것이 포착됐다. 그러자 서방의 위성을 속이기 위해, 스티로폼이나 공기 주입식 재료로 만든 가짜 전투기를 조립하는 과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인 것이다. 촬영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여느 전투기처럼 미그 31도 수리를 위해 해체될 수 있다. 따라서 양쪽 날개와 꼬리 날개가 동체에서 분리된 모습이 이 전투기가 ‘가짜’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 공군력을 평가하는 전문가인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스는 영국 매체 더 선에 “이런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정비를 격납고도 아니고, 노천 도로 위에서 하는 것은 약간 이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군 자산에 대한 서방의 평가를 왜곡하고 중무기의 실제 이동 상황을 숨기기 위해, 종종 ‘푸틴의 미끼(Putin’s decoy)’라 불리는 이들 가짜 전투기∙미사일∙탱크 등 중(重)무기들을 노골적으로 활용한다.
작년 4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무력 갈등이 고조했을 때에도, 러시아 국방부 TV는 수도 모스크바 주변에서 제45 공병∙위장 연대가 공기를 넣어 군 막사와 탱크, 트럭, 전투기를 제조하는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이 방송에서 이들 ‘가짜 무기’ 제조업체들은 “특수 재질로 만들어 실물과 거의 같고 배경 방사(background radiation)도 실제 무기와 같아, 적이 가짜인 줄 알 수 없다”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