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의 약30%가 파괴된 우크라이나를 재건하려면 2000억~5000억 유로(267조~673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영국 런던의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지난 6일 발표했다. CEPR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유럽 30개국의 대학∙연구소 소속 경제학자들의 네트워크다. 물론 이 재건 비용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이 전쟁이 지금까지 끼친 피해 규모에 기초한 잠정적인 추정액이다.
이와는 별도로,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경제대학은 11일 전쟁으로 인한 경제 손실 규모가 최대 6000억 달러(742조15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은 607조 7000억원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당시 재건 비용을 5650억 달러(약700조 원)로 추정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작년 국내총생산(GDP)는 1640억 달러(한국 1조6400억 달러)였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민간∙군 관련 기반 시설 파괴가 2700억 달러에 달하고, 거의 7000개에 달하는 거주용 건물이 파괴되거나 큰 피해를 입었다.
세르게이 마르셴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기업의 30%는 폐업 상태이고, 45% 기업은 조업 단축 상태이며, 전체 전기 소비량도 35%가 줄었다”고 말했다.
전쟁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국토는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전체의 29%이지만, 이 지역의 국내총생산 비중은 53%에 달한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올해 우크라이나의 GDP는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라크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가 쏟은 금액은 2200억 달러였다. 또 미국 정부만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해 1450억 달러를 투입했다. 런던의 경제정책연구센터는 이밖에도 2차 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한 마샬 플랜에 들어간 돈이 125억 달러(현재 가치 4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동∙서독이 재통일했을 때에, 동독의 사회기반시설을 현대화하는 데만 3000억 유로가 소요됐다. 이를 포함한 동∙서독 재통일 비용은 2조 유로였다.
하지만, 이는 전쟁이 끝난 뒤 재건 비용이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당장 전쟁을 수행할 비용이 없어 쩔쩔맨다. 마르셴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FT에 “전쟁으로 인한 지출 적자가 3월에 27억 달러에 달했지만, 4~5월에는 이 적자 폭이 50억~7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돈은 공공 부문 종사자들의 월급과 연금 지급, 채무 상환 등에 필요한 돈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달에 9월 만기인 3억 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유로 채권을 발행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과 유럽 각국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지원받고 있다. 미 의회만 해도, 지난달에 모두 136억 달러의 군사∙인도주의 목적의 지원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현물(現物) 지원이라, 마르셴코 재무장관은 “단 1센트도 직접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마르셴코 장관은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에 조성된 특별인출권(SDR) 중에서 G7 국가들이 인출할 수 있는 2900억 달러의 5~10%라도 무상 지원 또는 융자 형태로 즉각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SDR은 IMF 회원국이 외환 위기 등을 겪을 때에 담보없이 인출할 수 있는 권리로서, 회원국은 출자 비율에 따라 SDR 인출 권한을 배분 받는다. 마르셴코 장관의 요청은 G7의 SDR 출자액에 해당하는 2900억 달러 중 일부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공해달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미해외 은행에 동결된 3000억 달러가 넘는 러시아 정부의 외환보유고를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에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