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3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여성 저격수 '차콜(Charcoal)'의 모습./페이스북

해병대 출신의 우크라이나 여성 저격수 ‘차콜(Charcoal)’이 현대판 ‘죽음의 숙녀(Lady Death)’로서 우크리아나 방어군의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미국의 뉴욕포스트와 영국 데일리메일 등이 5일 보도했다. ‘죽음의 숙녀’는 2차 대전 중이던 1941년 자원 입대해 309명의 독일군을 사살한 우크라이나 출신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Lyudmila Pavlichenko)에게 붙은 별명으로, 파블리첸코는 독일군에겐 최악의 공포가 됐다.

우크라이나군이 3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여성 저격수 '차콜(Charcoal)'의 모습.

우크라이나군은 페이스북에 이날 터번 형태의 스카프로 입을 가리고, 위장천으로 두른 자신의 저격용 총을 어깨에 걸치고 걷는 ‘차콜’의 모습을 공개했다. ‘차콜’은 그의 ‘전투명’으로, 우크라이나군은 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차콜’은 2017년 남동생이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해병대에 입대했으며, 친(親)러시아 반군세력과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싸우다가 지난 1월 전역했다.

그러나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하자, 재입대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차콜’의 구체적인 전투 결과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차콜’은 러시아군에 대해 “그들은 사람이 아니고, 나치도 이 괴물들처럼 악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분명히 이길 것이고, 나는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차콜은 친(親)우크라이나 성향의 소셜미디어에서, 전쟁 초기 러시아 전투기 수 대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던 우크라이나 조종사 ‘키이우의 유령(Ghost of Kyiv)’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모두 6대의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했다는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 ‘키이우의 유령’에 대해선 지금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서방 언론은 사실상 ‘허구의 인물’로 평가한다.

2차대전 당시 소련군에 속한 우크라이나인 여성 저격수 파블리첸코는 모두 309명의 독일군을 사살해 '죽음의 숙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영국 Sky TV

‘차콜’은 널리 알려진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저격수들의 맥을 잇는다. 2차 대전 당시 ‘죽음의 숙녀’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는 소련군 최고 영예인 ‘영웅’ 칭호를 받았다. 독일군은 처음엔 “투항하면 장교를 시켜주겠다”고 회유했다가 실패하자 “잡으면 온몸을 309개 조각으로 찢겠다”고 협박했다.

1942년 파블리첸코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을 받은 첫 소련인이 됐다. 그러나 당시 미국 언론은 그의 전과(戰果)보다도 파블리첸코가 입은 옷에 더 관심을 쏟고 ‘소녀 저격수’라고 불렀다.

그러자 ‘죽음의 숙녀’는 시카고 방문때 “신사 여러분, 나는 스물다섯살이고 파시스트를 309명 죽였어요. 당신들은 내 등 뒤에 너무 오랫동안 숨어 있는 것 아니어요?”라고 조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