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에서 이른바 ‘대리모’들이 출산할 신생아가 최대 800여 명에 달하며, 이 아기들이 전쟁통에 친부모에게 인계되지 못해 떠돌게 될 우려가 크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나라다.
WSJ 등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한 아파트 지하 방공호에서 대리모가 낳은 19명의 아이가 친부모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현장을 지난 12일(현지 시각) 전했다. 전쟁이 격화하며 미국과 캐나다, 독일, 호주, 중국, 남미 등 각국에서 부모들의 우크라이나 여행이 금지되고, 러시아 공습이 계속돼 대리모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까지 아기를 데려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기들이 보모의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물자 부족이 심각해 분유와 기저귀, 약품이 언제 동날지 모른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친부모가 직접 나타나 자신의 자식임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국적 등 모든 법적 지위가 불명확하다고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출산을 기다리는 대리모는 500~8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대리모는 친부모들과 연락하며 보안 업체의 도움을 받아 몰도바 등 인근 접경국으로 대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외수정을 통한 대리모 산업을 허용한 나라 중 대리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국이다. 하지만 출산 건수로 따지면 우크라이나가 1위다. 미국은 대리모 출산 비용이 평균 13만달러(약 1억6100만원)인데, 우크라이나는 3분의 1 수준인 4만5000달러(약 5500만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아 수요가 많다고 WSJ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리모가 출산으로 받는 대가는 1만5000달러(약 1800만원) 정도로, 현재 우크라이나에선 대리모 업체 14곳이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