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리모가 출산한 신생아들이 전쟁으로 친부모 품에 안기지 못한 채 지하에 고립돼 있다고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키이우(키예프)의 한 아파트 지하에는 19명 신생아가 보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지난 9일 러시아가 마리우폴의 산부인과를 폭격해 사상자가 발생하자, 키이우의 대리모업체는 출산이 임박한 대리모와 신생아들을 지하 방공호로 급히 대피시켰다.
우크라이나 최대 대리모 기관 바이오텍스컴이 운영하는 지하 신생아실은 비교적 깔끔히 관리되고 있다. 번호가 적힌 플라스틱 침대, 젖병 소독기, 기저귀 교환대 등을 갖췄으며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의사 검진도 받는다. 하지만 러시아 공습이 멈출 때까진 이곳에 꼼짝없이 머물러야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대리모 출산아의 친부모는 대부분은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하늘길이 막혀 아이를 데려가지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다. 호주의 제시카 반 누튼(39)과 케빈 미들턴(40) 부부는 지난 2월말 항구도시 오데사에 있는 대리모를 통해 딸을 얻었다. 그러나 호주 외교부로부터 우크라이나행 항공편이 모두 취소돼 입국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고, 접경국인 몰도바에서 딸을 만나기만 기다리고 있다.
타지에서 발만 구르는 부모들을 위해 현지 대리모 기관들은 국경을 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그러나 공습이 계속되는 데다 피란 인파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임부와 갓난 아이들을 데리고 19시간 걸리는 여정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또 일부 대리모는 총동원령으로 출국이 금지된 남자 가족과 헤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해외 대피를 꺼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약 800쌍 부부가 우크라이나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기다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선 대리모 제도가 합법인데다 비용이 저렴해 전 세계 부부들이 많이 찾는다. WSJ는 미국에선 대리모 비용이 13만 달러(약 1억6000만원)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 4만3000달러(약 5300만원) 정도 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