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시작된 러시아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난이 수입 가격과 소비자가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에너지 요금 대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소비자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다. 2010~2019년 연평균 0.9%씩 올랐던 요금이 지난해 급등했다. 같은 기간 수입 가격은 115%, 산업용 에너지 가격은 75%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유럽의 한 가구가 올해 부담해야 할 에너지 요금이 2년 전에 비해 평균 54% 오를 것이라 내다봤다. 영국의 경우 오는 4월부터 전기·가스 요금 상한이 연 1971파운드(약 320만원)로 크게 오른다.
전기·가스 요금 폭탄을 맞은 서민들은 자구책을 찾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독일에 사는 헨리 바크하우스(65)는 지난달 850달러(약 101만원)가 찍힌 전기·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았다. 평소 내던 1년치 요금보다 많은 액수였다. 그는 실내 온도를 18도로 맞추고 집에 설치된 장작 난로에 불을 떼가며 겨울을 버티고 있다. 그는 “나같이 은퇴한 사람은 이런 요금을 부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 아테네에 사는 프리랜서 통역가 아티나 시로기아니(46)도 난방 요금 폭탄을 맞았다. 이번 달 요금이 지난해 대비 세 배나 올랐다. 그가 사는 건물은 100% LNG로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그는 “요금을 내기 위해 생활비를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을까 고민한다”며 “벌써 1년째 미용실에도 안 갔다”고 했다.
치솟는 전기 요금에 공장이 중단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둘째로 큰 아연 제련업체인 프랑스 니르스타는 통상 킬로와트시(kWh)당 50유로(약 6만원) 수준이던 전기료가 지난해 12월 400유로(약 54만원)로 뛰자 지난달 3주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유럽의 에너지 대란은 러시아가 촉발했다. LNG에 전력 생산과 난방을 크게 의존하는 유럽은 전체 사용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지난해 러시아가 돌연 LNG 수출량을 대폭 줄이며 유럽 전역에서 공급난이 벌어졌다. 여기에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LNG 수요가 급증했고, 유럽의 대체 전력원인 풍력 발전량도 지지부진하면서 LNG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에너지 요금 대란이 향후 1~2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독일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 노르트 스트림2의 최종 승인을 불허함에 따라 공급 불안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