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 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 총리실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앙겔라 메르켈(왼쪽)과 올라프 숄츠(오른쪽) 전·현직 총리가 웃음 짓고 있다./연합뉴스

독일이 ‘인구 절벽’ 현상을 맞이해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고갈, 경제성장 둔화, 연금제도 위기 등 문제와 맞닥뜨릴 것이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왔다. 22일(현지 시각) WSJ 보도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독일 노동인구가 2023년 정점에 이른 뒤 2020년대 말까지 최대 500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연령 도달을 주원인으로 꼽았으며, 코로나 대유행이 그 흐름을 가속했다고 분석했다.

WSJ는 기술 혁신, 제조 분야 등에서 국제 선두를 지켜온 독일의 이 같은 변화상이 다른 국가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미 노동통계국에 따른 미국 노동인구는 지난해 1억6100만명에서 2030년 1억7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후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이 은퇴 연령에 도달함에 따라 미국 노동인구 성장이 제한될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은 노동인구 감소가 곧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독일이 봉착할 문제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또 독일 도이치은행은 노동력 고갈이 본격화할 경우 2025년 독일 잠재성장률이 코로나 사태 이전의 절반 수준인 0.75% 이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도이치은행은 이 경우 독일의 경기 회복력이 손상되고, 부채 감축이 더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올라프 숄츠 신임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연립정부가 노동력 고갈을 경제 성장 주요 장애물 중 하나로 설정하고, 여성 노동 참여율을 높이고 근로자들이 은퇴하기 전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등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독일의 사회적, 문화적 경향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독일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이미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로, 이는 많은 독일인이 조기 퇴직을 하고 연금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또 OECD 자료에 따른 2019년 독일의 여성 노동 참여율은 57%로, 미국 및 일부 유럽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WSJ는 이민자 유입이 해결법이 될 수 있다며, 실제로 독일 연립정부가 이주민들의 통합을 돕고 그들의 자녀가 학교에 원활히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등 방안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독일 연방고용청은 ‘인구 절벽’ 현상 해소를 위해 연간 40만명의 이민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2015년 난민 사태의 여파로 독일 내 이민을 바라보는 사회·정치적 여론이 악화해, 그 절반가량만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