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로 축제 즐기는 영국인들 - 24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알렉산드라궁 공원에서 열린 칼레이도스코프(만화경) 음악 축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노마스크로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1만명이 참가한 이 축제는 영국 정부가 지난 19일 코로나 방역 규제를 전면 철폐한 이후 마련된 첫 대형 축제 중 하나다. /AFP 연합뉴스

전 세계가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4차 대유행으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영국에서 최근 확진자가 급감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 명씩 뚝뚝 떨어진다. 특히 이런 감소세는 영국이 지난 19일 코로나 방역 규제를 전면 철폐한 이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어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집단면역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26일(현지 시각) 기준 영국의 코로나 일일 확진자는 2만4950명으로 지난 20일 4만6558명 이후 엿새 연속 감소했다. 4차 대유행의 정점이었던 지난 17일(5만4205명)과 비교하면 열흘 만에 절반 이후로 줄었다. BBC는 “확진자가 6일 연속 줄어든 건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시 영국은 2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했다. 봉쇄를 완전히 푼 이번과는 상황이 정반대였던 것이다.

영국의 확진자는 왜 줄었을까.

가장 주목을 받는 해석은 영국이 집단면역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다. 영국 전체 인구 6665만명 중 현재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사람은 26일 기준 4659만명(성인 인구의 88.1%)에 이른다.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도 572만명이다. 영국 통계청은 영국 성인의 92%가 이미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됐거나 백신 접종으로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 자문위원인 랭커스터 대학의 크리스토퍼 주얼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가 정점을 찍고 물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감염병 전문학자인 피터 오픈쇼 임피리얼칼리지 교수는 BBC에 “(영국이) 집단면역에 도달하고 있다”며 “항체를 가진 사람의 비율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했다.

Festival goers watch a performance by Declan McKenna at the Obelisk Arena at Latitude festival in Henham Park, Southwold, England, Friday July 23, 2021. (Jacob King/PA via AP)

영국은 지난 19일 ‘봉쇄 조치 전면 해제'를 발표하면서 하루 확진자가 최대 1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영국은 자신의 전략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백신 접종으로 굳건한 방어벽을 쌓았기 때문에 확진자가 늘더라도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봉쇄 해제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 선구적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올 연말까지 국민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마쳤을 경우, 영국의 사례를 따라 과감하게 방역 조치를 풀 수도 있다.

하지만 영국 상황을 섣불리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소리도 나온다. 최근 확진자 감소가 계절적 요인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여름방학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코로나 검사도 줄고 학생 감염 자체도 줄었다는 것이다. 영국 학생들은 등교와 동시에 신속 항원 검사 키트로 매일 검사를 받았지만 방학으로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애덤 쿠차르스키 런던위생열대학원 교수는 “여름 방학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이 덜 모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스카이뉴스는 “신속 항원 검사는 5% 정도 줄어든 반면 PCR(유전자 증폭) 테스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정을 일축했다.

최근 영국 팬들이 열광한 유로2020(유럽축구선수권)이 끝나면서 감염 확산이 줄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언론은 유로2020 기간 동안 15~44세 남성의 감염 사례가 확실히 증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영국팀이 55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면서 전국적으로 약 3100만명이 이날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추정된다. 카페와 주점 등에는 수많은 축구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런 상황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감염자가 줄었다는 것이다.

전염력 높은 델타 변이가 영국 인구의 1%에 가까운 60만명을 자가 격리로 몰아넣은 것도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가 격리 자체로 봉쇄령과 비슷하게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확진자 수 감소세는 고무적”이라면서도 “우리는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사례 감소가 단기적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가을에 학교가 개학하면 다시 감염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BC 등 영국 현지 언론은 “며칠 더 확진자 추이를 지켜봐야 보다 의미 있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