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각)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동구권 국가 공산당들이 앞다퉈 ‘축하’를 건네며 서로 간 우애를 과시했다. 소련 해체 후 동구권 공산당은 대거 몰락했지만, 일부는 유력 야당 지위를 점하고 있거나 집권 세력과 연대하면서 여전히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8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하원(두마)에선 러시아 공산당 주도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렸다. 당수 겐나디 주가노프 등 러시아 공산당 지도부가 총출동했고, 중국 측에선 장한후이 주러 중국대사가 참석했다. 주가노프는 “두 공산당은 동일한 이념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덕담을 건넸고, 장 대사는 “양측은 강력한 상호 지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벨라루스·체코 등 각국 공산당도 잇따라 중국 공산당에 축전을 보냈다. 중국 정부는 관영 신화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들의 축전을 10가지 언어로 소개하며 연대를 과시했다.
1991년 소련 공산당 몰락 이후 후신 격으로 등장한 동구권 공산당들은 곧 세력을 잃고 대부분이 몰락했다. 그러나 아직 일부 국가에선 ‘공산당’ 이름을 유지하며 명맥을 잇고 있는 경우가 제법 있다. 소련에 편입된 적이 있거나 위성국이었던 동구권 13개국 중 현재 공산당이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나라는 총 6개국. 이중 원내 의석을 확보한 경우는 러시아·벨라루스·체코 3국 정도다. 공산당이 주력으로 집권한 나라는 없다.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소련의 탄생지인 러시아에서는 공산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통합러시아당에 이은 원내 2당으로 나름의 세를 자랑하고 있다. 하원 444석 중 43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방 의회도 3900여석 중 300석 이상을 확보했다. 당원 수도 16만명에 이른다.
벨라루스와 체코의 공산당은 집권 세력과 연대해 연립 여당격 지위를 누려왔다. 벨라루스 공산당은 총 64석의 상원에서 17석, 110석의 하원에서 11석을 확보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 세력과 연정을 꾸리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의 후신인 체코 보헤미아 모라바 공산당은 하원 200석 중 15석을 얻어 최근까지 여권과 정책 연대를 맺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집권 세력을 대체할 대안으로서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러시아 공산당은 1990년대 밀려드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과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의 실책으로 1995년 원내 1당 자리에 오르며 주가노프가 대권을 거머쥘 뻔도 했으나, 옐친 탄핵에 실패해 정국을 주도하지 못했고 푸틴이 등장하면서 힘을 잃었다. 이후로는 ‘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는 푸틴의 민족주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여당의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벨라루스 공산당 역시 루카셴코의 독재를 원내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작년 8월 대선 부정 선거 논란으로 루카셴코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자 친정부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내각에 일부 참여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으나, ‘루카셴코 2중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체코 보헤미아 모라바 공산당은 오는 10월 총선에 앞서 코로나 방역 실패로 인기가 떨어진 여권과 결별하는 등 나름의 독자 노선을 걷고 있으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이전 선거 때 득표율(2013년 14.9%·2017년 7.8%)보다 낮은 5.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갈수록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상원에선 2018·2020년 연속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미국·서유럽 등 서방과 관계가 원만하거나 민주주의가 진전된 곳들에선 공산당이 정치 세력으로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동구권 국가 중 민주화가 비교적 진전된 발트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은 1991년 반공법을 제정하고 공산당 활동을 금지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희망하는 우크라이나는 2015년 공산주의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나토 소속국인 폴란드에서도 공산당을 법적으로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