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가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벨라루스에 제재를 가하자 벨라루스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충돌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EU가 자국에 가한 제재를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에 빗대 비판했다.

미국·EU·영국·캐나다는 21일(현지 시각)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인권, 근본적 자유, 국제법에 대한 루카셴코 정권의 계속되는 공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점에서 단합된 입장”이라며 벨라루스에 대해 “조율된 제재를 했다”고 밝혔다. CNN방송에 따르면 EU는 벨라루스 국방부 장관, 루카셴코 대통령의 아들 등 벨라루스 개인 78명과 8개 단체를 제재했다. 미국은 벨라루스 관리 46명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영국도 벨라루스의 개인 7명과 단체 1곳에 대해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22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남서쪽 브레스트 요새 기념관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EU 주도국인 독일을 겨냥해 “나치가 소련을 침공한 날 제재를 가했다”고 했다. 그는 제재를 가한 시기가 ‘상징적’이라면서 “그들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나치 독일은 1941년 6월 22일 소련을 침공했다. 옛 소련 국가인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함께 이날을 기리고 있다. 벨라루스 외무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서방의 제재가 불순하고 비생산적”이라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자국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있던 아일랜드 국적 항공사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이를 위해 전투기도 동원했다. 착륙 직후 프라타세비치는 공항에서 체포됐다. 루카셴코는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여객기를 납치한 이례적 행동으로 국제적 비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