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고객 환영 - 영국 스토크온트렌트의 한 도자기 매장 입구에 한국어와 일본어로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팻말이 붙어 있다. /이해인 특파원

“코로나 사태가 덮치기 전에 한국인들이 워낙 많이 와서 한국어로 환영한다는 인사를 써서 붙여 놓았지요.”

지난 4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기차로 약 1시간 30분 걸리는 잉글랜드 중부의 도자기 마을 스토크온트렌트.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아내의 영국산 도자기 대량 밀수 의혹을 계기로 영국의 대표적인 도자기 마을을 찾았다. 이곳의 명품 그릇 매장 ‘버얼리’ 입구에서 눈길을 끈 것은 ‘환영합니다’라는 한국어 팻말이었다.

英 도자기 마을의 명품 매장 - 4일(현지 시각) 영국 스토크온트렌트에 있는 명품 그릇 매장을 찾은 손님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매대 위부터 바닥까지 고급 찻잔과 주전자, 접시 등이 가득 쌓여 있다. /이해인 특파원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한국에서는 백화점 특별 행사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도자기 그릇, 볼, 찻잔 등이 바닥부터 선반까지 높이 쌓여 있었다. 매대에는 ‘스페셜 오퍼 50% 할인’과 같은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 매장의 직원은 “주로 외국인 손님들이 많게는 한 번에 700~800파운드(한화 약 109~125만원)씩 사간다”고 말했다. 스토크온트렌트는 본차이나 영국 도자기의 탄생과 역사를 같이해온 곳.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버얼리뿐 아니라 로열덜튼, 로열앨버트, 포트메리온, 웨지우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자기 브랜드 공장과 아웃렛이 밀집해 있어 ‘도자기 성지’로 여겨진다.

영국 그릇 아웃렛(창고형 매장)에서는 유명 브랜드 도자기들이 한국보다 7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버얼리에서는 한국에서 공식 수입 대행사가 13만원 선에 파는 작은 티포트가 35파운드(약 5만원), 5만원에 팔리는 작은 접시는 13파운드(약 2만원)면 살 수 있었다.

영국산 본차이나 도자기 업계를 산업으로 발전시킨 웨지우드의 할인 매장에 가니 박 후보자 아내가 사들인 로열덜튼, 로열앨버트 그릇이 상자째로 쌓여 있었다. 이곳 매장 직원은 “코로나 전에는 한국인 손님이 가장 많았다”며 “한국인들이 특히 로열앨버트 제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국에서 도자기를 싸게 사다가 한국에 배송해주는 그릇 전문 구매 대행업도 성황을 이뤄왔다.

한국에서 젊은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인 포트메리온 매장은 창고형 할인 매장의 모습에 가까웠다. 이동식 카트에 접시가 아무렇게나 쌓여있었고 매대에 놓인 그릇에는 50% 할인 이라는 뜻의 빨간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가격은 5~6파운드로 1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약간의 흠집이 있는 B급 제품이거나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5000원으로도 충분히 구매가 가능했다.

4일 오후 (현지 시각) 방문한 영국 대표 도자기 브랜드 포트메리온 팩토리 내부. /이해인 특파원

이날 이곳에 쇼핑 나온 한국인 교민 최모(41)씨와 박모(44)씨는 “한국에선 백화점에서 파는 도자기 그릇이 짝으로 쌓여 있으니 외교관이나 주재원 아내들은 이 동네를 꼭 찾는다”고 귀띔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국 주재 한인들 사이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도자기 마을 스토크온트렌트

올해 초 국내에 있는 가족에게 도자기 20여점을 보냈을 때 관세로 약 25만원을 지불했다는 교민 김모(34)씨는 고위 공무원 가족의 행태에 분노했다. 김 씨는 “그때는 몰라서 그대로 냈는데 나같이 순진한 서민만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박 장관 후보자 아내처럼 사용한 물품처럼 위장해 택배 몇 개로 주소를 나눠서 보내면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정부 부처를 대표해서 나온 외교관의 아내가 국가 망신을 시켜서 부끄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공무원은 “대부분의 파견 공무원과 가족들은 외부의 시선을 우려해서라도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며 “외부에서 ‘다른 공무원들도 다 그런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