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예비역 장성 20명들과 80여 명의 예비역 고위 장교들이 탈(脫)식민주의에 편승한 이슬람주의자들이 프랑스를 ‘해체’하고 있다며, “정부가 방치하면, 군(軍)이 정부를 장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육․해․공 예비역 장성 20명과 80여 명의 예비역 군 간부들은 21일 프랑스의 우파 주간지인 ‘밸러스 액추엘르’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프랑스 일부에서 탈(脫)식민지화와 현지인주의, 인종주의를 얘기하지만, 사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프랑스의 과거와 역사를 해체하고 전통과 문화를 무시하는 증오와 광적인 인종 간 전쟁”이라며 “이들은 수백 년 전 단어를 분석해 역사적인 조각물과 군사적 영광을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서한의 수신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와 의회의 지도부였다.
외인부대장이었던 크리스티앙 피크말(80)을 비롯한 예비역 장성들은 서한에서 “몇몇 치명적인 위협이 프랑스를 위험에 빠뜨려, 비록 퇴역했지만 여전히 프랑스의 군인인 우리는 현 상황에서 우리 아름다운 조국의 운명에 무관심할 수 없다”며 “이슬람주의자들이 수많은 교외 지역들을 떼어내 해체하고, 헌법에 반(反)하는 원칙이 지배하는 지역으로 바꾸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개서한은 “만약 정부가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문명화한 가치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의 군 동지들이 개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잡담할 시간이 없으며, 내일이라도 점증하는 혼란을 종식하기 위한 내전이 일어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희생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군부 내에 광범위한지지 기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공개서한은 마침 지난 24일 파리 근교인 헝부이에에서 발생한 이슬람주의자의 경찰관 살해 사건과 맞물려 큰 파장을 초래했다. 10여 년 전 프랑스에 불법 이민한 튀니지 출신의 범인은 인터넷에서 ‘이슬람 성전(聖戰․jihad)’에 탐닉했으며, 여성 경찰관의 목을 찔러 살해하고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 당시 차드를 방문 중이었던 마크롱 대통령은 이 테러를 비난했었다.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에 맞서는 극우 정치인인 국민연합(RN)의 대표 마린 르펜이 이 공개서한에 곧바로 지지를 선언했다. 르펜은 이 잡지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장군들의 호소는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의 국방예산 삭감에 반대해 맞섰다가 해임된 합참의장 피에르 드빌리에와 같은 ‘애국자’들과 같은 뜻”이라며 “우리와 함께 프랑스를 위한 전선에 참여할 것을 호소한다. 시민이자 여성 정치인으로서 여러분의 고통을 공감한다”고 했다.
마크롱 행정부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었다.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은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예비역 장군들은 군에서 어떠한 역할도 없고, 그저 자신들만 대변할 뿐”이라고 했다, 아녜스 파니에-루나셰 경제국무장관은 “바로 60년 전 이 달에 드골대통령에 대해 맞서 일어났다가 실패한 군사 반란 얘기”의 되풀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또 극좌파인 ‘불복하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의원은 “군의 현역 동료들에게 이슬람파시스트에 맞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라고 부추길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이들 (예비역) 군인들의 호소는 황당할 뿐”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