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 4명이 졸업한 국립행정학교(ENA)를 폐쇄한다고 프랑스24 등 현지 언론들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라 ENA는 내년부터 공공서비스연구소(ISP)라는 새 기관으로 대체된다.

ENA는 프랑스에서 고위 공직자를 대거 배출한 ‘그랑제꼴’ 중 하나다. 프랑스는 대학이 이원화돼 있는데, 평준화 방식의 대학들과 엘리트 교육 위주의 소수정예 특수목적 대학 등이 있다. 그랑제꼴 중 하나인 ENA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당시 샤를 드골 대통령의 지시로 1945년 10월 개교했다. 이 학교는 학생이 어려운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통과하면, 입학과 동시에 공무원 신분을 준다. 또한 2년간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면 성적순으로 원하는 부처를 가게 된다. 졸업생들은 일정 기간 정부에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개교 당시 드골 대통령은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성과주의형 전후 인재육성 시스템을 구상했다. 하지만 이후 ENA는 결국 프랑스의 최상위 고위층을 육성하는 엘리트 교육기관이라는 명성을 얻었다고 프랑스24는 짚었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프랑스 정ㆍ관ㆍ재계 인사들이 ENA를 나왔다. 정관계에서는 마크롱 대통령 외에도 지스카르 데스탱, 자크 시라크, 프랑수아 올랑드 등 전직 대통령들이 이 학교를 나왔다. 현 내각에서도 장 카스텍스 총리,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ENA 동문이다.

기업인 중에서는 베르나르 라티에르 에어버스 공동 창립자, 장시릴 스피네타 전 에어프랑스-KLM 최고경영자(CEO), 앙리 드카스트르 전 AXA CEO, 기욤 페피 전 프랑스철도공사(SNCF) 사장 등이 있다.

게다가 소위 고위층 자제들이 ENA에 입학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면서 일반 국민들의 반발이 컸다. 2018~19년 사회적 불평등을 외치며 전국에서 활약한 노란조끼 시위가 커지면서, 마크롱은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일환으로 ENA 폐지 공약까지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