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정동 영국대사관저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 대사. /이현택 기자

“영국은 중국과 대립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표현·무역 등 ‘근본적 자유의 가치’를 침해하는 등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할 때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논의해야 합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18일 서울 중구 대사관저에서 본지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근 발표된 영국 정부의 강력한 반중(反中) 노선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대사가 직접 영국이 최근 발간한 ‘경쟁 시대의 글로벌 브리튼’이라는 보고서의 함의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보고서는 중국을 영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최대 경쟁자로 명시하는 한편, 핵탄두 증강, 인도·태평양 지역 적극 개입, 미국과의 최우선 협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오는 6월 열리는 주요 7국(G7) 정상회의에서도 중국 이슈는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다. 영국이 의장국이다. 스미스 대사는 “국제 공급망의 회복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회복력’이란 코로나 백신 등의 수출 금지 상황 등에서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지를 다루는 개념이지만 스미스 대사는 그 예로 화웨이를 들었다. 그는 “화웨이가 (미국 등에서 안보 문제로) 논란이 된 것은 (각국 통신 업체들이) 화웨이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에서 시작했다”고 짚었다.

18일 서울 정동 영국대사관저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 대사. 스미스 대사가 쓴 마스크에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알리는 문구가 적혀있다. COP26은 올해 11월 영국 글라스고에서 열린다. /이현택 기자

또 이번 보고서에서는 영국군이 기존에 180기 운용 중인 핵탄두를 10년 뒤 260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이란·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해온 기존 입장과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스미스 대사는 “핵탄두 숫자를 늘린다는 계획은 불확실성을 대비하겠다는 차원”이라며 “(핵탄두) 숫자가 아니라 자원을 배치하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북한과 이란에 대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지키고 국제사회와 연대하면 성공적 발전이 있을 것이고, 대립을 조장하면 대가가 따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부임 3주년을 맞은 스미스 대사는 한국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그는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먼저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가 한국”이라며 “G7에 한국, 인도, 호주를 초대한 것만 봐도 영국의 입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협력 분야로 기후금융(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적응 사업에 대한 금융), 사이버 보안, 신재생에너지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