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으면 기쁘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에서 뛰는 세계적인 수문장 잔 루이지 부폰(42·이탈리아)을 비롯해 골키퍼 160명도 글로벌 맥주 회사 버드와이저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33·아르헨티나) 등번호 10번과 함께 1부터 644까지 숫자가 적힌 맥주였다. 그런데 사연을 알면 쌉싸래한 맥주 맛만 더해질 선물이었다.

버드와이저가 리오넬 메시의 한 구단 최다골 신기록(644골)을 기념해 만든 한정판 맥주./버드와이저 풋볼 소셜미디어 캡처

메시는 지난 23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야돌리드전에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통산 644호 골을 터뜨렸다. ‘축구 황제’ 펠레(80·브라질)가 갖고 있던 종전 한 구단 최다골(643골)을 넘어서 새 역사를 쓴 것이다. 버드와이저는 이를 기념해 ‘한정판' 맥주를 만든 다음, 메시에게 644골을 내주며 대기록 달성에 이바지한 골키퍼에게 선물로 보냈다. 메시의 기록 달성 시점 때문에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리오넬 메시가 자신의 한 구단 최다골 신기록(644골)을 기념해 만든 한정판 맥주를 보내는 모습./버드와이저 풋볼 소셜미디어 캡처

무릇 선물은 많을수록 좋아야 하는데, 이번 건 아픈 기억만 더 떠올리게 한다. 현재 브라질 프로축구 플라멩구에서 뛰는 지에구 아우베스(35·브라질)는 2007년부터 10년간 스페인 발렌시아 등에서 뛰며 메시에게 21골을 허용했고, 골키퍼 160명 중 가장 많은 맥주(21병)를 받았다. 고르카 이라이소스(39·스페인·은퇴)가 18병으로 뒤를 이었고, 스페인 국가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로 꼽히는 이케르 카시야스(39·은퇴)는 현재 스페인 리그 우에스카 소속 안드레스 페르난데스(34·스페인)와 함께 세 번째로 많은 17병을 받았다.

골키퍼(나이·국적)현 소속메시에게 허용한 골
지에구 아우베스(35·브라질)플라멩구(브라질)21
고르카 이라이소스(39·스페인)은퇴18
이케르 카시야스(39·스페인)은퇴17
안드레스 페르난데스(34·스페인)우에스카(스페인)17
디에고 로페스(39·스페인)에스파뇰(스페인2부)14

쓰라린 선물을 받고도 축하 메시지를 보낸 선수들도 있었다. 부폰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514′, ’515′라고 적힌 맥주 두 병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선 “맥주 선물 고맙다”며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 우린 수년간 훌륭한 대결을 펼쳤다. 메시의 대기록을 축하한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이다. 건배”라는 글을 남겼다. 부폰은 2017년 9월에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메시에게 2골을 허용했다. 당시 바르셀로나가 3대0으로 이겼다.

/잔 루이지 부폰 소셜미디어 캡처

현역 최고 골키퍼 중 하나로 꼽히는 스페인 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얀 오블라크(27·슬로베니아)도 소셜미디어에 선물로 받은 버드와이저 맥주 사진을 올리면서 “메시의 644호골을 축하한다”며 “골을 내주는 것을 싫어하지만 메시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골키퍼에게도 최고의 경험이 된다. 특별한 선물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블라크는 메시에게 통산 10골을 허용, 15번째로 많은 맥주 선물을 받았다. 메시는 버드와의저 풋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 최고 골키퍼인 오블라크를 상대로 골을 넣은 것은 어렵다. 하지만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그를 만나면 흥분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얀 오블라크 소셜미디어 캡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는 케파 아리사발라가(26·스페인)도 ’523′, ’542′ 맥주 2명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선물 고맙다. 새 기록을 세운 것을 축하한다”고 했다. 아리사발라가는 스페인 프로축구 2017-2018시즌 아틀레틱 빌바오에서 뛰면서 메시에게 2골을 허용했다.

/케파 아리사발라가 소셜미디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