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오른쪽)이 13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한 호텔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는 모습. /대한축구협회

벌써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단 내 7명(스태프 1명 포함)이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 “올해 처음 열린 A매치(국가대항전)에서 벌어진 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5일 오스트리아에서 멕시코와 A매치(2대3패)를 치렀다. 대표팀은 이에 앞서 치러진 유전자증폭검사(PCR)에서 권창훈(프라이부르크), 이동준(부산), 조현우(울산), 황인범(루빈 카잔)이 먼저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어진 재검사에선 김문환(부산)과 나상호(성남)까지 양성 반응을 보였다. 총 6명의 선수가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대표팀은 원정 A매치 무산 위기를 맞았지만 상대국인 멕시코, 개최국인 오스트리아축구협회와 회의 결과 경기를 속행하기로 했다. 현재 양성 판정을 받은 건 선수 6명과 스태프 1명 등 총 7명. 이들은 10일간 현지에서 격리될 예정이다. 이후 코로나 진단검사를 다시 실시해 음성 판정을 받아야 격리 해제된다.

멕시코와의 A매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7명이나 코로나에 감염된 상황에서 어떻게 A매치를 열 수 있었을까. FIFA(국제축구연맹)와 UEFA(유럽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출전 가능 선수(코로나19 유전자증폭검사 음성)가 13명 이상(골키퍼 1명 포함)일 경우 경기 진행이 가능하다. 한국은 이날 멕시코전에서 총 25명 중 19명이 출전가능했기에 경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P연합뉴스

전례도 있다. 13일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진행된 일본과 파나마의 경기를 앞두고도 파나마 선수단에서 코로나 확진자 두 명이 나왔지만 두 선수를 제외하고 경기가 진행된 바 있다. 지난 10월엔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A매치를 앞두고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호날두를 제외하고 A매치는 정상적으로 열렸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대표팀은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17일 같은 장소에서 카타르전을 치른다. 문제는 7명이 양성 반응을 보인 이상, 현재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는 대표팀의 방역 시스템이 잘 가동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앞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 감염 경로가 불명확한 것 역시 대표팀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현재까지는 아마 훈련장에서 감염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사실 대한축구협회는 오스트리아 출국 전부터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대비해 나름 대비책을 강구했다. 선수단이 이동할 때는 항상 마스크를 쓰게 한 것은 기본이다. 대표팀은 오스트리아 현지 호텔(래디슨 블루 로열) 한 층을 통째로 빌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선수들 외에는 출입 할 수 없게 했다. 훈련 외에는 호텔 바깥으로 외출도 금지했다. 호텔 내 조리사가 있기 때문에 식사도 모두 각자 방에 갖다줘 해결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에 출국하기 전 급하게 잡은 BSFZ아레나 보조 구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원래 대표팀의 공식 훈련장은 이곳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기존에 예약했던 훈련장이 폐쇄되는 바람에 급히 BSFZ아레나 보조 구장으로 바뀌었다. 이곳은 현지 선수들이 사용하는 스포츠 센터가 바로 옆에 있는 구장으로 주차장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외부 관계자들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할 때 육상 트랙을 따라 달리는 현지 선수들도 있었다고 한다. 또 대표팀 훈련 당시 손흥민 등을 보기 위해 오스트리아 현지 팬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몰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직접 접촉은 없었지만, 코로나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훈련장에서 코로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아 보인다.

축구 대표팀 벤투 감독이 15일 멕시코와의 A매치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KFA

결국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창궐한 이 시점에 대한축구협회가 무리하게 해외 원정을 추진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선 절박한 심정으로 A매치를 추진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국내에선 코로나로 A매치가 한번도 열리지 못했다. 그러자 대한축구협회는 재정 문제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A매치가 열리지 못하면 자연히 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입이 없어지게 되는데, 축구협회가 올해 잡아놓은 이 부문 예산은 약 185억 원가량으로 알려져있다. 또 후원사 문제도 걸린다. 현재 축구협회는 10개사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데, 이들은 보통 A매치를 염두에 두고 후원한다. 매년 후원 총액은 400억 원 가까이 된다. 하지만 A매치가 열리지 못하면서 후원사들 불만이 터져나오고 내년 무상 계약 연장까지 나오는 상황이기에 축구협회도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표팀의 경기력 유지 문제도 걸렸다. 내년 3월부터 시작될 월드컵 2차 예선 재개를 앞두고 1년 넘게 유럽파를 포함해서 발을 맞추지 못하면 전력 유지가 힘들어지기 떄문에 축구협회로선 평가전을 추진할 수 밖에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축구협회는 한국에서 A매치를 하기 위해선 상대팀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코로나 대응이 유연한 유럽으로 경기장을 삼았고, 장소를 물색할 당시 유럽에서 감염율이 다소 낮았던 국가 가운데 하나가 오스트리아였다. 미국, 코스타리카, 일본, 파나마 축구 대표팀 역시 이런 점 때문에 오스트리아에 머물며 A매치를 준비해왔다.

현지 시각 11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오스트리아 내 코로나 상황이 급변했지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 본래 A매치 장소를 물색하던 9월 초반엔 오스트리아 코로나 상황이 괜찮은 편이었다. 9월1일 당시 오스트리아의 누적 확진자는 2만7642명, 하루 확진자가 204명으로 현재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평가전 발표를 했던 10월13일에 오스트리아 내 누적 확진자가 5만6298명으로 한달만에 두배가 되었고, 하루 확진자도 979명에 달했다. 멕시코전 전날인 13일엔 코로나 확진자가 9586명, 경기 당일인 14일엔 코로나 확진자가 7063명이었다. 현재 오스트리아 내 총 확진자 수는 19만8291명이다.

현재 오스트리아 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17일부터 내달 7일까지 3주간 봉쇄를 발효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오스트리아 국민은 건강·업무상 사유 등을 제외하고는 외출이 제한된다. 오스트리아는 그동안 밤 8시부터 다음 달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해왔으나 방역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한시적 봉쇄를 택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대표팀이 코로나 방역 수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