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 시각) 터키 서부 이즈미르에서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31일(현지 시각) 터키 서부에 있는 인구 450만명 도시 이즈미르. 전날 인근 에게해에서 규모 7.0 규모(미 지질구조국 기준)의 강진이 발생해 건물 20여동이 파괴된 지역이다. 16세 소녀 인치도 이 건물에 갇혀 있는 피해자 중 하나다. 그는 현재 한 건물의 잔해에 다리가 깔려 있다. 다리에는 감각이 없다. 구조대는 그녀를 안심시키며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다른 붕괴현장에서는 부스 하실마즈(28)씨가 구조됐다. 부모와 함께 치과 진료를 받고 있던 중 병원 건물이 무너져 갇혔다가 구조됐다. 하실마즈씨는 이후 터키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구조된 뒤 붕괴현장에서 수색견을 투입해 인명을 수색하는 방안을 말했다. 전화를 듣고 있던 장관은 “좋은 생각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전쟁 참전국으로, 유럽과 아시아에 국토가 펼쳐져 있는 터키의 서부 지역이 대형 지진으로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 CNN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30일 오후 3시 터키 서부 에게해 인근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터키에서 26명, 그리스 3명 등 29명이 사망했다. 갇혀 있는 사람은 수백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터키 서부의 매몰된 건물 잔해에서 구해낸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 부상자는 800명을 넘어선다. CNN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사망자에 대한 장례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현재 이즈미르에서는 31일 기준으로 8개 건물에 대한 수색 작업이 완료됐으며, 별도로 9개 건물에서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붕괴된 건물 20채를 모두 수색하기 위해서는 며칠 더 걸릴 전망이다. CNN은 “구조대가 갇힌 사람을 찾는 동안 (주민과 생존자 등) 수십 명은 무너진 건물 근처에 모여서 담요를 덮고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30일(현지 시각) 터키 이즈미르에서 강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 /트위터

영국 공영방송 BBC가 전한 영상에서는 터키 구조대원이 소형 굴삭기를 들고 건물 잔해를 파헤치는 한편, 빨간 헬멧을 쓴 구조대원 10여명이 황금색 보자기에 둘러싸인 여성 한 명을 꺼내는 모습도 나온다. 잔해 속에 갇혀 있던 시민이다. 갑자기 빛을 봐서 눈에 영향이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감싼 것이다. 이 시민이 들것에 실려 나오자 지켜보고 있던 관계자와 시민 수백명이 박수를 보냈다.

지진은 가족 내에서도 구성원 간에 생사를 가른다. CNN은 지진 발생 23시간 후 어머니 한 명과 자녀 4명의 가족이 구조됐지만, 그 중 한 명은 나중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남편이 시어머니를 찾아갔다가 건물 붕괴로 갇혀 발을 동동구르는 새댁의 사연과 동료 간호사가 조카들과 건물에 갇혀 걱정하는 간호사의 사연도 외신을 통해 전세계로 알려졌다.

31일(현지 시각) 터키 서부 이즈미르에서 열린 한 장례식에서 시민들이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의 유해를 두고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게해를 함께 접하고 있는 이웃 국가 그리스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에게해에 있는 사모스섬에서는 지진에 따른 해일로 건물이 침수됐으며, 한 시민은 지진을 피해 도망가다가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