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 참여가 가장 활발한 축에 속하는 나라인 핀란드에서 16세 소녀가 하루 동안 총리를 맡는 이벤트를 벌였다. 산나 마린(35) 총리는 7일(현지 시각) 아바 무토라는 16세 소녀가 ‘일일 총리’를 맡도록 했다. 무토는 하루 동안 법무장관을 비롯한 여러 장관들을 만나 회의를 하고 마린 총리의 자리에 앉아보는 체험을 했다. 오는 11일 ‘세계 소녀의 날’을 맞아 마련한 이벤트다.
무토는 이날 총리 연단에 서서 여성들에게 디지털 교육 기회를 늘리고 여성에 대한 온라인 폭력을 없애자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핀란드 정부는 이 영상을 정부 홈페이지에 올렸다. 무토는 “아직도 IT와 관련해 고정 관념이 있다”며 “여자 아이가 비디오 게임을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남자 아이가 비디오 게임을 안하면 그것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개발도상국에서 여자 아이들이 IT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무토는 또 “또래의 여자 아이들과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을 들어보면 모두가 옷 벗은 사진을 요구받았다고 한다”며 “온라인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토는 일일 총리 체험을 마친 뒤 언론 인터뷰에서 “신나는 하루를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실제로 총리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관심이 생길 수도 있다”며 웃었다.
핀란드는 1906년 유럽에서 맨 처음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다. 마린 총리가 이끄는 좌파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5개 정당의 대표가 모두 여성이며, 전체 200명의 국회의원 중 93석(47%)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마린 총리는 세계 최연소 국가 정상으로 취임하면서 장관 19명 중 12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마린은 핀란드에서 역대 세번째 여성 총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