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스페인 법원에서 탈세 혐의가 인정돼 1880만 유로(약 242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물게 됐다. 호날두는 스페인에서 뛴 2011∼2014년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초상권 수익을 숨겨 1470만 유로를 탈세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골처럼 달콤한 유혹. 전세계 축구 선수들의 ‘탈세’ 의혹은 매년 끊이질 않는다.

최근 영국 회계법인 ‘UHY 해커 영’에 따르면, 영국 국세청(HMRC)의 탈세 조사를 받고 있는 축구 선수가 2019-2020 시즌에만 246명에 이른다고 한다. 2018-2019 시즌 87명에 비해 배로 늘었다. 탈세 의혹이 있는 에이전트 수는 2018-2019 시즌 23명에서 2019-2020 시즌 55명으로 늘었다.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축구 선수들의 단골 탈세 방법은 뭘까.

탈세 혐의는 주로 ‘초상권’ 때문에 불거진다. 초상권 수익은 선수의 외모뿐 아니라 옷과 음식,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모두를 포함한다. 세계적인 스타들은 광고 등 초상권 수익이 연봉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마이클 맥캔 미국 뉴햄프셔 주립대 로스쿨 교수는 “축구선수들은 연봉으로 발생한 세금보다 초상권 수익으로 내는 세금을 더 부담스러워 한다. 초상권 관련 대행사를 외국에 따로 두는 일이 많다”고 했다.

과거엔 초상권 수익을 국외로 빼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은 탈세 꼼수 루트가 더 다양해졌다. 2부 리그 등 하위 리그 선수들이 자기 명성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초상권 수익을 당국에 ‘자진’ 신고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초상권 수익의 세율이 임금 세율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이용한 편법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선수들은 임금에 대해선 최대 45% 세율을 적용받는 반면, 초상권 수익에 대해선 최대 19% 세율을 적용받는다. 하위 리그 선수들은 구단과의 협상에서 연봉을 적게 받는 만큼, 초상권 수익을 더 많이 받는 방식의 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탈세는 선수들에게 한 번쯤 겪어야 할 통과의례처럼 된 지 꽤 됐다. 포르투갈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당시, 2011~2014년 영국 버진 제도에 있는 회사를 이용해 초상권 수익에 대한 세금 1470만 유로(약 186억 원)를 탈세한 혐의로 기소됐다. 결국 스페인 법원은 호날두에게 1880만 유로(약 242억 원)의 벌금형과 집행유예 23개월을 선고했다. 스페인에서는 세금 문제와 관련, 24개월 미만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초범의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집행이 유예된다.

탈세 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스페인 법정에 출두한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였다. 메시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초상권으로 벌어들인 416만유로(약 55억원)의 수입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유령회사를 세워 탈세를 했다는 혐의로 징역 21개월을 선고받았다. 그 역시 호날두처럼 감옥살이는 하지 않았다. 당시 메시는 법정에서 “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축구만 했을 뿐이다. 내가 아는 것은 스폰서들과 계약을 했다는 사실일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후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2000년대만 해도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는 고연봉 선수들에겐 지상 낙원이였다. 이른바 ‘베컴법’ 덕분이었다. ‘베컴법’은 지난 2003년 스페인 정부가 외국 기업의 투자를 돕기 위해 만들었다. 자국 사업자는 수입의 43%를 세금으로 내는 데 반해 외국인 사업자는 25%만 세금으로 내도록 했다. 세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축구선수들도 25%를 냈다.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퇴)은 2003년 6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하면서 축구선수로는 이 법의 첫 수혜자가 됐다. ‘베컴법’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나왔다. 스페인으로 이적한 선수들은 베컴법의 보호 아래 고액 연봉을 받았다. 호날두도 지난 2009년 맨유에서 레알로 이적하면서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스페인은 더 이상 지상 낙원이 아니다. 베컴법은 2014년 12월 폐지됐다. 2012년 불어닥친 스페인의 경제 위기에 2016년 세제 개편과 탈세 조사가 잇따랐다. 이적한 축구 선수들도 2014년부터 스페인 선수들과 똑같은 세율(최대 52%)을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스타들의 교묘한 탈세 수법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외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거친 돈을 역으로 추적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호날두도 과거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수익을 은폐했다.

실제로 그동안 세상에 알려진 축구 스타들의 탈세 의혹은 대다수 ‘해킹’ 같은 불법적인 루트가 시발점이 돼 공개된 것들이었다. 유럽 언론들이 2016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의 탈세 의혹을 제기할 때 근거로 삼은 자료의 상당수는 축구 전문 폭로 사이트 ‘풋볼리크스가’ 폭로한 것들이었다. 풋볼리크스가 주로 사용한 방법은 해킹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포르투갈 검찰은 풋볼리크스 운영자 루이 핀토가 포르투갈 법무장관실, 포르투갈 축구연맹, 리스본 대형로펌, 리스본 축구클럽, 스포츠 에이전트 도옌 스포츠 등을 해킹했다고 보고 그에게 90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