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종교 집단 ‘성서의 교회’를 이끌던 세르게이 토로프(59)가 체포됐다고 모스크바타임스, 가디언 등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집단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시베리아에 작은 마을을 꾸려 살아간다. 그래서 토로프는 ‘시베리아의 예수’라고도 불렸다.

'시베리아의 예수'라 불리는 비사리온(오른쪽 두 번째)이 신도들과 만나고 있다. 2009년 촬영된 사진 /AFP 연합뉴스

러시아 수사 당국은 그가 신도들로부터 돈을 뺏어 횡령하고 정신적인 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경찰이 그를 체포해 헬리콥터에 태우는 장면이 러시아 언론에 보도됐고, 한 목격자는 ‘헬리콥터 4대와 경찰 수십명이 그를 잡으러 왔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원래 교통경찰이었던 토로프는 1989년 직장에서 해고된 뒤 스스로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소련이 해체된 1991년 자신을 메시아로 하는 종교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신은 아니며 신의 말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예수”라고 선언했다. 신도들은 그를 ‘새 삶을 내리는 자’라는 뜻의 ‘비사리온’이라고 부른다.

러시아 '성서의 교회' 교주 비사리온(가운데)이 22일(현지 시각) 경찰에 붙잡혀 연행되고 있다. /타스통신 연합뉴스

비사리온과 신도들은 독특한 생활방식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외부와 교류하지 않고 시베리아 허허벌판에 군락을 이뤄 생활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이 집단은 외부와 단절돼 있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이 부각됐고 종교 가입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성서의 교회 대변인은 평소보다 가입 문의가 세 배 이상 증가했고 미국과 유럽, 남미에서도 이주 문의가 왔다고 모스크바타임스에 전했다.

이 종교의 교리는 러시아 정교회와 종말론적인 요소를 섞어둔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신도들은 비사리온의 말에 따라 고기, 설탕, 커피, 차, 이스트, 밀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공동체 내에서 담배나 환전도 금지돼 있다.

러시아 '성서의 교회' 교주 비사리온. 2010년 촬영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이렇게 비사리온의 말을 따르며 시베리아에서 생활하는 신도가 약 5000명이고, 교리를 따르는 신도는 전 세계적으로 1만명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