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급감에 직면한 중국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콘돔을 포함한 피임기구와 피임약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 1월부터 새롭게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1993년부터 면세 대상으로 유지돼 온 피임기구와 피임약에 대해 13%의 부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개정안에는 어린이집부터 유치원까지 보육 서비스, 노인 요양 시설, 장애인 복지 시설, 결혼 관련 서비스 등을 면세 대상으로 지정해 예비 부모들에게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1990년대 엄격한 ‘한 자녀 정책’ 시행 아래 피임을 적극 장려했던 과거 정책 기조와는 완전히 상반된 움직임으로, 출산율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장기적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
중국의 출산율은 수십 년간 꾸준히 감소해 왔다. 2016년 1월부터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지만, 인구는 최근 3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는 954만명에 그쳤다. 이는 한 자녀 정책 폐지 당시 출생아 수 1880만명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콘돔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조치가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출산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보고 있다.
유와인구연구소의 인구학자 허야푸는 “세금 부과는 실질적 효과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이는 출산을 장려하고, 낙태를 줄이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한 성병 확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률은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인구 10만명당 0.37명에서 8.41명으로 급증했다. 대부분은 피임 없는 성관계로 인한 감염이며, 전문가들은 콘돔 가격 인상이 성병 예방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중국 예비 부모에게 자녀 양육비가 가장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피임 억제’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와연구소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아이를 성인(만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53만8000위안(약 1억1170만원)으로 추산된다. 사회적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일부 청년은 결혼과 육아보다 자신의 경제적 안정과 커리어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네티즌들은 “젊은 층의 HIV 감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콘돔 가격을 올리는 건 부적절한 조치” “콘돔을 살 여유도 없는 사람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냐” 등의 지적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