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아웃도어계 에르메스’ 아크테릭스가 히말라야 산맥 고원지대에서 초대형 불꽃놀이 프로젝트를 열어 논란을 빚었다. 아크테릭스는 곧장 공식 입장을 내고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현지에서는 여전히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베이징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크테릭스는 지난 19일 티베트 제2 도시인 시가체시 장쯔현의 해발 4500~5500m 고산지대에서 불꽃 예술 프로젝트 ‘승룡’을 진행했다.
산등성이를 따라 3㎞ 길이의 다양한 색깔의 폭죽을 설치해 순서대로 터뜨린 아크테릭스 측은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설산의 눈이 녹은 물줄기를 따라 멀리 흘러가는 형상”이라며 인터넷에 동영상을 공개했다.
불꽃놀이 영상이 공개되자 중국 내에서는 청정 지역인 티베트의 자연 생태계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강한 비판이 일었다. 특히 평소 친환경 마케팅을 해온 브랜드의 이미지와 모순된다며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방 정부가 어떤 이유로 이 프로젝트를 승인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아크테릭스는 결국 20일 웨이보에 공식 사과문을 내고 “정부 부서의 감독하에 예술가 팀과 협력해 이 프로젝트 전 과정의 환경·생태 영향을 재검토하고 제3자 환경보호 전문기관을 초청해 엄격하고 투명한 평가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당국도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지역 생태계에 피해가 관찰되지 않았다”면서도 “즉시 현장에 조사팀을 파견하고 법규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아크테릭스 측은 이번 불꽃놀이에 사용된 소재는 생분해성으로, 일본, 미국, 유럽의 환경 기준을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태 보호를 위해 지역 가축과 야생 동물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으며 전시 후 잔여물을 청소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에도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주민과 관람객 다수가 ‘폭발 때마다 굉음과 함께 대량의 분진이 발생했다’고 증언하며 논란이 더 커졌다.
환경보호 단체 ‘와일드 차이나’ 대표이자 유명 생태 사진가 시즈농은 “불꽃놀이는 지역 야생동물들에게 ‘인위적인 재앙’이었다”며 “프로젝트 기획 과정에서 단 한 명이라도 이의를 제기했다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으로 아크테릭스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급 스포츠웨어와 등산 장비를 앞세운 아크테릭스는 1991년 캐나다에서 창립됐으며 2019년 모기업인 핀란드 아머스포츠가 중국 스포츠 브랜드 안타그룹에 인수됐다.
전 세계 1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중국 시장에서는 최근 입지를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 브랜드의 패딩을 입은 모습이 포착돼 품절 대란을 빚을 만큼 유명해졌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이제 막 주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아크테릭스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