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 행사 열병식에 참석한다. 김정은이 마지막으로 중국을 찾은 것은 2019년 1월 7~10일로, 그의 방중은 6년 8개월 만이다. 열병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라 북중러 3국 정상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서기 겸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기념 행사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날 김정은이 시진핑의 초청으로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곧 중국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이날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전승절 80주년 기념 행사 준비 상황 브리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26명의 외국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뇌가 기념 활동에 참석한다”며 김정은이 포함된 참석자 명단을 발표했다.
훙레이는 브리핑에서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이어진 이웃”이라며 “고난과 역경의 전쟁 시기, 중국과 북한의 인민은 서로 의지하며 일본 침략에 맞서 세계 반파시스트전쟁(2차 세계대전)과 인류 정의 사업 승리에 큰 공헌을 했다”면서 “양국의 전통적 우호를 잘 지키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정의 굳은 입장”이라고 했다. 또 “중국은 북한과 함께 교류·협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며 “지역 내 평화·안정을 촉진하고 국제 공평·정의를 지키기 위해 긴밀히 협조하여 양국 전통적 우호의 새로운 장(章)을 써내려가자”고 했다.
중국 측에 따르면 이번 전승절 행사에는 북한과 러시아 정상을 비롯해 베트남과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네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등의 정상이 참석한다. 한국의 우원식 국회의장 등 각국 고위급도 명단에 올랐다.
김정은이 이번 방중으로 ‘다자 무대 불참’ 관례를 깨면서 북·중·러 3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다만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다자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중국 측이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도 형성을 우려해 실제로 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김정은의 방중으로 북중 관계 개선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북중은 수교 75주년을 맞았지만, 양국 고위급 교류가 예년에 비해 제한돼 관계가 악화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북중 교류 활성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확인됐고,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 단계로 들어서게 됐다. 과거 김정은의 방중은 총 4차례로, 도널드 트럼프 1기 시절이었던 2018년 세 차례, 2019년 1월 한 차례다. 김정은과 시진핑이 가장 최근 만난 것은 2019년 6월이다. 당시 시진핑이 평양을 찾아 김정은과 회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