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한반도 및 우크라이나 상황과 이란 핵 문제, 미국과의 관계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고 두 나라 외교부가 발표했다.
14일 중국 관영 매체 등에 따르면 왕이는 “중·러 양측은 항상 역사적 깊이, 전략적 높이, 장기적 관점에서 각 분야의 협력을 바라보고 전진해 왔다”며 “양국 관계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성숙하며 전략적 가치가 풍부한 대국 관계”라고 했다. 이어 중국이 ‘항일·반파시스트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는 2차 대전(태평양 전쟁) 종전 80주년 행사를 언급하면서 “(9월에 열리는) 승전 80주년 기념 행사도 잘 치러 전쟁의 올바른 역사적 서사를 수호하자”고 했다.
라브로프는 이에 “전쟁의 올바른 역사적 서사를 지키겠다”며 화답하면서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고, 새로운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두 나라는 상대방의 주권과 영토 수호, 국가 단결성 등 핵심 이익을 지지해주자고 재차 결의했다고 러시아 외교부는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양안(중국과 대만) 군사적 위기 등 서방과 갈등이 첨예한 현안에서 상대방을 적극 옹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 이후 사흘 만에 만났다. 그 사이 라브로프는 북한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상 등을 만난 뒤 중국으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라브로프가 북한에서 김정은과 주고받은 얘기 등을 왕이와 공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라브로프는 톈진에서 이틀(14~15일) 일정으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중국에 왔다. SCO는 2001년 미국 견제를 목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해 출범시킨 정치·안보·경제 협의체로 인도·이란·파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총 10국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