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사람의 조종 없이 로봇 스스로 판단해 경기에 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축구 대회가 열렸다.
2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베이징 이좡의 경제기술개발구에서 대학팀 4개가 참가한 로보(ROBO) 리그가 열렸다.
각 팀은 각자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3대와 예비 로봇 1대를 출전시켰으며, 대회는 3시간에 걸쳐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러졌다.
참가 로봇들은 종종걸음으로 길이 14m, 폭 9m의 전용 경기장을 누볐다. 로봇 선수들은 사람의 개입이나 감독 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였다. 다른 선수를 피해 골을 넣고,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상당수 로봇은 다른 로봇과 부딪힌 뒤 파손돼 들것에 실려 나갔다. 중국 네티즌들은 “선수보다 경기 진행 요원들이 더 바빠 보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결승전에서는 칭화대의 THU로보틱스팀이 중국농업대학의 산하이(山海)팀을 5대3으로 꺾고 우승했다.
대회 주최자인 더우징 상이청기술문화그룹 부회장은 “이것은 중국 최초의 완전 자율 인공지능(AI) 로봇 축구 경기”라며 “기술적 혁신과 산업적 적용의 결합을 보여주는 것이자 로봇을 대중 생활과 실생활 환경으로 가져가는 중요한 창구”라고 했다.
대회 조직위는 로봇들이 아직 움직이는 장애물을 회피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해, 일부 비악의적 충돌 상황에는 벌칙을 주지 않는 유연한 규칙을 도입했다고 CCTV는 전했다.
대회 공식 로봇 공급업체인 부스터로보틱스의 창립자 청하오는 현재의 로봇 축구 실력이 대략 5∼6세 어린이 수준으로 경기당 1∼2점을 득점할 수 있다면서 “진전이 굉장히 빠르다”고 설명했다.
청하오는 “1년 전만 해도 로봇 경기는 느린 페이스에 인간 안전 보조원을 필요로 했고, 로봇들은 넘어지면 쉽게 손상됐다”면서 “이제 로봇은 자율적으로 대결을 벌일 수 있고 초속 1m까지 속도를 낼 수 있으며 넘어져도 알아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AI와 로봇 부문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집중 육성 중이다. 올해 들어선 휴머노이드가 참가하는 마라톤·격투 등 다양한 스포츠 행사를 기획, 세계에 자국의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베이징시는 올해 8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