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첨단의 제조업 강대국이 되겠다는 10년 계획인 ‘중국 제조 2025’의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다고 보고 다음 10년을 겨냥한 차기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는 26일 여러 중국 정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맞서 첨단 기술 제품의 생산을 늘릴 새 마스터플랜(종합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계획은 반도체 제조 장비를 포함한 첨단 기술을 우선할 것이라고 알려졌다”고 전했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에 명시한 핵심 기술 10분야 중 목표 대부분을 이미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본지가 입수한 중국 정부의 ‘신산업 표준화 선도 사업 시행 계획(중국 표준 2035)’에 따르면 중국은 2035년까지 ‘국제 표준’이 될 수준으로 선도하고자 하는 업종 17가지를 선정해 이미 지원 중이다. 중국 정부가 2023년 수립해 내부적으로 공유한 ‘중국 표준 2035’는 지난달부터 중국 방송을 통해 언급되는 빈도가 급격히 높아져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주도권을 쥐어야 할 분야로 적시된 ‘신사업’ 중엔 반도체를 포함한 차세대 정보 기술, 신소재, 자동차, 선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과 겹치는 업종이 많다.
◇中 미래 타깃은 양자 데이터·로봇·생성형 AI…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은 2015년 발표하고 10년간 추진해오던 ‘중국 제조 2025’의 목표를 지난해쯤 이미 달성했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다음 단계는 미국 기술을 따라잡기에 급급한 수준을 넘어 미국을 넘어서고, 결국 세계가 ‘중국 표준’을 따라오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표준 2035’ 문건은 2023년 중국 정부의 네 기관(공업정보화부·과학기술부·국가에너지국·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이 합동으로 작성했다. 그동안 외부에 문건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중국 지도부가 이런 ‘정부 주도 산업 육성책’이 부각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본지가 확인한 ‘중국 표준 2035’에 따르면 중국은 2035년까지 신산업 8종, 미래 산업 9종을 대상으로 글로벌 선도국 위치를 굳히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신산업은 중국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업종, 미래 산업은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육성에 착수한 분야다. 신사업엔 차세대 정보 기술(5G 통신), 신소재, 고부가가치 장비(반도체 제조), 신에너지 차량(전기차, 자율 주행), 선박 및 해양 공학 장비 등이 들어갔다. 미래 산업 9분야엔 뇌·기계 인터페이스, 양자 데이터, 휴머노이드 로봇, 생성형 인공지능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 정부는 이 문건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성·자치구, 정부 부처 관련 부서 등을 지목해 “(산업 육성책을) 철저히 이행해 주길 바란다”는 명령을 내렸다. ‘중국 제조 2025’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중앙·지방 정부가 이 산업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허난성의 볼베어링 공장을 시찰하는 자리에서 “제조업 부문을 계속 강화하고 자립과 자강 원칙을 고수해 핵심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며 제조업이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