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첨단 기술 봉쇄에 맞서 기술 자립에 나선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혁신센터’는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곧 출시한다고 베이징 상보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설립한 이 센터는 중국 최초의 성(省)급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개발 기지로, 부품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한다. 중국의 대표 로봇 기업인 샤오미·유비테크 등과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가 손잡았다. 센터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위한 규제 표준도 만들고 있다”며 “미래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PC·통신 장비·가전 제조에 대거 투입되며 중국 제조업의 질적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2027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특허는 1699건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다.
중국 대도시들도 앞다퉈 휴머노이드 로봇 지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베이징은 지난 1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세계 최고 도시’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로봇 기금을 조성했다. 상하이·선전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지원 지침을 밝히고 공장 유치에 나섰다. 미국의 IT 정책 전문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로봇 기업들이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앞서가는 혁신 기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미국이 로봇 산업을 빠르게 키우지 못하면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세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미·중 경쟁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출시한 사람 형상의 ‘옵티머스’가 연구실을 부드럽게 걷고 다섯 손가락을 움직여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앱트로닉도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시했다. 중국에서는 샤오미(사이버원)·유비테크(워커S)·푸리에(GR-1) 등이 앞서나가고 있다. 중국의 스타트업인 푸리에 인텔리전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GR-1′은 대량생산이 목전이다. 이 로봇은 높이 1.65m, 무게 55kg으로 보행 최대 속도는 시속 5km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제한적인 국내 공급망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유럽·일본 등이 장악한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배제되고 있어 부품·소프트웨어 조달이 순탄치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