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 개막일인 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을 경찰들이 검사하고 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막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은 끝이 보이지 않는 승용차 진입 행렬로 붐볐다. 5년 만에 ‘코로나 격리’ 없이 열린 올해 양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단·취재진이 각자의 차를 끌고 왔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250석이 마련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장에선 기자 수백 명이 자리 경쟁을 벌였고, 오후에 열린 개막식은 2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날 양회에 참석한 외신 기자들 사이에선 “중국이 꼬박 4년 걸려 코로나 공포를 떨쳐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양회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경제난 속에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올해 양회부터 국무원(행정부) 1인자인 총리의 기자회견이 사라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러우친젠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올해 전인대 폐막 후 총리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는다”며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앞으로 몇 년 동안 더는 총리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총리는 1993년 양회부터 전인대 개막일에 정부 업무 보고를 맡고, 폐막일에 내·외신 기자회견을 해왔는데 이 관례가 깨진 것이다.

이를 놓고 중국에서 총리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해석과 함께 경제 위기 속 고위급의 돌발 발언을 제한하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에 물러난 고(故) 리커창 전 총리는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8만5000원)밖에 안 된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중국은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외신 취재 인력을 대폭 줄이고 참가자들은 지정 호텔에 묵으며 단체 버스를 타고 다니는 방식으로 양회를 개최했다. 이날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올해 양회는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길고 강도 높았던 코로나 방역의 후유증을 떨쳐낼 방법을 찾는 자리다. 지난해 초 방역을 전면 해제했지만 1년 동안 중국의 소비·투자·생산·수출·고용 지표 모두 부진했고, 부동산 위기와 지방 정부 부채 문제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진핑 집권 3기의 데뷔 무대였던 작년 양회와 달리, 올해는 산적한 경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뚜렷한 묘안이 나올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GDP 성장률 목표치를 작년 수준인 5% 안팎으로 제시할 전망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과감한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려 해도 위안화 약세와 기업 체질 약화가 우려된다. 획기적인 새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신품질 생산력’ ‘고품질 발전’ 등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해 온 구호만 다시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압박 속에서 기술 혁신을 근본적 해법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러우 대변인은 미국의 대선 결과가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미국 대선은 미국 내정”이라며 “누가 당선되든 미국 측이 중국과 같은 방향으로 양국 관계를 안정적이고 건전하게 끌고 가길 바란다”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작년과 달리 올해는 미국 관계 관리에 나선 상황이라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