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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inzhal)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미국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에 요격된 이후 중국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항모 킬러’ ‘게임 체인저’라며 대대적으로 자랑해온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DF-17)도 요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거죠.

킨잘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현재와 미래의 어떤 미사일 방어체제도 뚫을 수 있다”고 자랑해온 러시아의 차세대 무기입니다. 이런 미사일이 1980년대 개발된 패트리엇 미사일에 당하는 걸 보니 충격이 큰 거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DF-17은 괜찮은 거냐”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DF-17은 킨잘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 요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궁색해 보였어요.

5월4일 키이우로 발사됐다가 우크라이나측 패트리엇 미사일에 요격된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의 잔해. 우크라이나 군사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가 5월5일 공개했다. 위의 두 사진은 키이우의 한 운동장에 떨어진 킨잘의 탄두부이고, 아래 두 사진은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킨잘 미사일의 모습이다. /디펜스 익스프레스

◇“항모 킬러”라고 자랑했지만...

대만 통일을 노리는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미군의 개입입니다. 서태평양에 배치된 미국 항모 전단이 참전한다면 단기간에 대만을 제압한다는 중국의 노림수는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죠. 과거 여러 차례 대만 위기 때도 중국은 미 항모전단의 무력시위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중국은 미국 항모전단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대함 미사일 개발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DF-21, YJ-21 같은 대함탄도미사일로 미 항모의 대만해협 접근을 차단한다는 전략이었죠. 이를 흔히 ‘접근거부 전략’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런 탄도미사일은 미 항모전단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기가 쉽지 않죠.

2019년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둥펑(DF)-17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조선일보DB

중국은 2019년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DF-17을 공개하며 한바탕 기세를 올렸습니다. 최고 마하 10의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활강체(HGV) DF-ZF를 장착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항모 전단을 공격할 수 있다고 대대적인 선전 공세를 했죠. 중국 내 군사전문가들은 “미국 항모는 DF-17의 사정거리 밖에 머무는 게 좋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DF-17의 사거리는 1800~2500㎞ 정도라고 해요.

미 국방부나 합참도 중국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위협적이라고 평가합니다. 다만, 요격이나 방어가 쉽진 않지만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아요. 복잡한 기동을 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추적을 위해 패트리엇 시스템의 레이더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고, 레이더 탐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HBTSS(극초음속미사일 추적 우주센서)라는 새로운 시스템도 개발해 곧 배치한다고 합니다.

◇고열 발생 등 약점 많아

미국과 중국 전문가들이 킨잘 요격에 대해 분석한 자료를 보니 극초음속 미사일은 약점이 적잖아요. 속도는 빠르지만 그만큼 마찰열이 많이 발생해 레이더에 쉽게 포착됩니다. 속도와 레이더 회피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는 거죠.

킨잘은 고고도에서 마하 2.8의 속도로 비행하는 미그-31 전투기에 실려 발사됩니다. 공기가 희박한 대기권 상층부에서는 최고 마하 10의 속도를 낸다고 하죠. 하지만 공기 밀도가 높은 저고도로 오면 속도가 많이 줄어듭니다. 목표물에 접근했을 때는 레이더 탐색기 가동을 위해 마하 5 이하로 속도를 낮춘다고 해요. 속도가 빠르면 탄두부에 플라스마 층이 형성돼 레이더 작동을 방해한다는 겁니다. 킨잘을 조기에 포착해 지켜봐 오던 패트리엇이 속도를 늦춘 이 시점을 노려 요격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에요.

DF-17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 미사일 방식입니다. 준중거리탄도미사일 1단 추진체를 점화해 대기권 상층부까지 올라가서 극초음속 활강체를 분리시키는 거죠.

이 활강체는 대기권 밖으로 올라가 포물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대기권 상층부를 따라 거의 수평으로 비행하다가 목표물 근처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기 때문에 조기 포착과 요격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예 우주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궤적을 포착해 미리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개발 중인 게 HBTSS 시스템이에요.

◇미, 극초음속 방어망 구축 본격화

미국 의회예산처(CBO)와 의회조사국(CRS)이 연초에 낸 보고서를 보면 미국도 2000년대 중반까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극초음속 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로 레이더 등에 쉽게 탐지되는 등 기술적 난관이 적잖고, 막대한 개발비에 비해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저속이라도 레이더망을 피해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 미사일 개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해요. 미국이 사실상 버린 기술을 러시아와 중국이 이어받아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한 겁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러시아, 중국뿐만 아니라 이란, 북한 등도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죠. 미국의 촘촘한 방공망을 뚫을 강력한 비대칭 무기가 될 것으로 보는 겁니다. 하지만 킨잘이 패트리엇 미사일에 요격을 당하면서 이런 ‘극초음속 신화’도 깨지게 될 것으로 보여요.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 분석한 미 외회예산처(CBO) 보고서의 앞 부분. /CBO

미 의회조사국은 2월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가 올해 극초음속 미사일 연구 예산으로 47억 달러를 요청했고, 미사일방어국도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예산 2억2550만 달러를 별도로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축적된 기술이 적잖은 만큼 오래지 않아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뛰어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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