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 첫날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베이징의 한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올해 시험에는 역대 최다인 1291만 명이 응시했다. /AFP 연합뉴스

중국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 작문(논술) 시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을 해석하라는 문항이 등장했다.

과거 애국주의 성향의 지문이 나온 적은 많지만, 시진핑 발언이 직접적으로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예비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시진핑 어록을 학습하게 생겼다”는 말이 나왔다.

7~9일 사흘간 치러지는 올해 가오카오 첫날인 7일 중국 교육부 교육고시원이 만든 전국갑·전국을·신과표1·신과표2 등 4종류의 시험지 가운데 전국을 버전에서 두 개의 시진핑 어록을 해석하라는 문항이 등장했다. 이 문항은 “위 글귀들은 시진핑 총서기의 연설에서 나온 것으로, 생생한 언어로 보편적인 이치를 설명했다. 이에 대한 당신의 이해와 생각을 800자 이상의 글로 써내라”고 주문했다.

첫 번째 어록은 “다른 이의 등불을 끈다고 해서 그대가 더 밝아지지 않으며, 다른 이의 길을 막는다고 그대가 더 멀리 가는 것 아니다”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3월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층 토론회’에서 한 발언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겨냥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두 번째 어록은 “꽃 한 송이가 홀로 피었다고 봄이 온 것 아니다. 백화제방(百花齊放·온갖 꽃이 만발)할 때 온 뜰에 봄이 찾아온다”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4년 3월 프랑스 유네스코 본부 연설에서 “중화 문명은 다른 문명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형성된 문명으로, 세계의 변혁과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두 어록은 “미국은 중국의 앞길을 막지 말아야 하며,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세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청년보는 “사상의 큰 깃발을 높이 들고, 이상과 신념을 굳건하게 한 문제’라고 했다.

나머지 세 종의 시험지 가운데 2개에서도 시진핑의 흔적이 담긴 문항이 있었다. 신과표1 시험지의 문항은 “좋은 스토리는 한 민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스토리는 힘이 있다”는 문장을 제시했다. “(외부 세계에) 중국 이야기를 잘 알려야 한다”는 시진핑의 지론이 연상되는 문장이다.

신과표2 시험지의 한 문항은 “청소년에게 개인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인민망 교육채널은 “‘청년 가까이 가고, 청년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는 시진핑의 주문을 출제자가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가오카오에는 사상 최다인 1291만명이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