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미국의 제재에 대해 비판하며 결속을 강화했다. 러시아 맹방 벨라루스의 집권자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회담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다른 나라가 유엔 헌장에 따라 자주적으로 선택한 정치·경제·사회 발전 방향에 제재를 가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양국은 주권국가와 독립국가에 대한 불법적이고 독자적인 제재를 배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은 모든 형식의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에 반대하고, 불법·독자 제재의 부정적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서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에 맞춰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국 기업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인 것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제재에 대해 국제법에 어긋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권한 위임도 없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해왔다.

중국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두둔하는 입장도 보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정상회담에서 전쟁과 관련해 “정치적 해결 방향을 견지하고, 일체의 냉전 사고를 버려야 한다”면서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존중하고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유럽 안보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 등 서방을 겨냥해 “세계 경제의 정치화·도구화를 중단하고, 진정으로 정전(停戰)과 평화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표현인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을 사용한 반면, 우크라이나가 강조하는 입장인 ‘주권과 영토 완전성 존중’은 언급하지 않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공동 성명을 통해 “벨라루스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중국의 영토로 인정한다”고 밝히는 등 중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베이징일보 인터뷰에서 “이번 방중으로 벨라루스와 중국의 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