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의 외교 사령탑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지난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타스 연합뉴스

미국과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대해 원색적인 비판을 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자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대만 문제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말참견을 불허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사용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다른 사람이 말 참견[置喙]하는 것을 불허[不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반도(半島)의 평화 안정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격히 지키며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부용치훼’는 청나라 포송령의 소설에 등장하는 말로 상대방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문제 삼은 박 장관의 발언은 지난 22일 CNN 인터뷰에 나왔다. 박 장관은 대만 문제와 관련,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대만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강조해 표현한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대만 관련 발언이 대만해협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존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7일 “러시아에 대한 수출 금지 품목을 확대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이번 결정은 의심의 여지 없이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반(反)러시아 정책을 추종한 것”이라며 “이미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국 협력을 명백히 훼손하고, 한반도 안정을 위한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4일 유럽연합(EU)과 주요 7국(G7)이 발표한 대(對)러 10차 제재에 공조하기 위해 정부 허가가 있어야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팔 수 있는 ‘수출 통제 품목’을 기존 57개에서 798개로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