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리젠 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2021년 12월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이었던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자리를 옮겼다고 펑파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최근 미·중 관계 관리에 나서고, 대외 협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자오리젠이 대변인직에서 물러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는 외교부 신문사(新聞司) 부사장(국장 아래 심의관 격)으로서 대변인 역할을 수행해온 자오리젠의 직책이 국경·해양사무사(司) 부사장으로 바뀌었다. 국경·해양사무사는 중국이 각국과 벌이는 영토·해양 영유권 분쟁을 관할하는 조직이다.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협상 또한 이 조직의 소관 업무다.

자오리젠이 사실상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16~2020년 외교부 신문사 부사장 겸 대변인을 맡았던 겅솽(耿爽)은 곧바로 대사급인 주유엔 중국 부대사로 발령났다. 화춘잉(華春瑩) 신문사 사장(국장 격)은 2012~2019년 신문사 부사장을 지낸 뒤 신문사 사장(司長·국장)으로 승진했고, 2021년에는 신문·의전·통역 업무를 담당하는 부장조리(차관보)에 올랐다. 이에 반해 자오리젠은 2019년부터 약 4년간 대변인을 맡은 뒤 승진 없이 심의관급 자리로 수평 이동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그의 아내가 소셜미디어에 “해열제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글을 올려 비판을 받은 사건 등이 인사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한다. 자오리젠은 지난달 2일을 마지막으로 외교부 정례 브리핑 때 등장하지 않았다.

자오리젠은 외국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 덕분에 자국에서 인기가 높은 외교관이다. 2010년 중국 외교관 중 처음으로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어 중국 입장을 대변해 왔다. 파키스탄주재 중국대사관에 근무하다 2019년 외교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특히 그가 미·중 갈등 심화 속에 서방 국가들을 냉소적으로 비판한 영상들은 중국 웨이보, 위챗 등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해 7월 정례 브리핑에서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를 향해 “새 관리가 과거의 장부를 외면할 수 없다(新官不能不理舊帳)”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