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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이 요즘 증시의 핫 이슈입니다. 시진핑 주석 연임이 걸린 20차 당 대회가 끝났으니 이제는 고삐를 풀 것이라는 기대감에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등 각국 증시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죠.

중국 방역 당국이 11월5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로 코로나 정책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이런 기대는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 주석은 이것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11월10일 당 정치국 상무위 회의를 열어 “제로 코로나 방침을 흔들림없이 관철하라”고 지시했더군요.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미펑 대변인은 11월5일 중국 방역 당국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흔들림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국신문망

◇증시에 찬물 끼얹은 중 방역 당국

사실 중국 내 방역 전문가들과 관료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대세가 된 지금, 제로 코로나를 지속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점을 잘 알아요. 폭스콘 공장 폐쇄로 아이폰 14시리즈 생산이 중단된 허난성 정저우시는 ‘코로나 19에 대한 전문가 의견’ 안내문에서 “코로나 19는 자가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감염돼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죠. 상하이 봉쇄로 인해 2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0.4%까지 떨어졌고, 10월에는 그나마 성장 동력 역할을 해온 수출과 수입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제로 코로나로 중국 내 공급망이 흔들리자 많은 외국계 기업이 투자를 중단하고 인도, 동남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추세죠.

11월10일 베이징 시민들이 코로나 19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소 앞에 줄을 서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방역 당국은 다음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죠.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미펑 대변인은 “중국은 외부 코로나 유입과 국내 확산이라는 두 가지 위험이 노출돼 있으며 여전히 방역 상황이 엄준하다”며 “외부 유입 방지와 내부 확진자 증가 억제라는 기본 방침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 나팔수들도 “실사구시 못 하나”

사실 중국 내 방역 전문가들과 관료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대세가 된 지금, 제로 코로나를 지속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점을 잘 알아요. 폭스콘 공장 폐쇄로 아이폰 14시리즈 생산이 중단된 허난성 정저우시는 ‘코로나 19에 대한 전문가 의견’ 안내문에서 “코로나 19는 자가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감염돼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이 11월7일 중국 웨이보에 올린 글. 그는 이 글에서 "신규 확진자를 제로로 만든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했다. /웨이보

중국 국민 역시 3년간 계속된 과도한 방역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요. 중국 공산당의 복심을 대변한다는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조차 소셜미디어에서 “베이징조차도 신규 확진자 제로를 달성하기 어려운데, 다른 도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면서 “신규 확진자를 제로로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 의견도 안 먹혀

중국 내 방역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를 요구했어요. 올 2월 상하이에 오미크론이 확산할 당시 국무원(정부)은 60명의 중국 내 감염병 전문가를 모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화상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현행 방역 체제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을 그대로 계속해도 된다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고 해요. 상하이시 당과 정부도 이런 의견을 지지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이었어요. 이런 의견을 보고받은 시 주석은 크게 화를 내며 제로 코로나 정책 강제 집행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상하이가 봉쇄되면서 수천만 명의 시민이 큰 고통을 겪었고, 중국 경제도 마비 상태에 빠졌죠.

11월 12일 기준.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건 이 정책을 자신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방 각국이 코로나 19로 인해 수십만명에서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는데, 중국은 시 주석이 직접 지휘하는 강도 높은 방역 정책으로 사망자 숫자를 최소화(5200여명)하는 데 성공했다는 거죠. 중국 선전 당국은 “제로 코로나는 ‘인민 지상, 생명 지상’의 총책략으로 중국식 사회주의가 서방 체제보다 우월함을 증명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보니 오미크론이 대세종이 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이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시점이 돼서도 정책 전환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 ‘황제의 결정은 잘못이 없다’는 무오류의 함정에 빠진 겁니다.

◇“WHO 경고 등급 조정이 계기될 수도”

골드만삭스 등 서방 금융기관들은 내년 1~2분기쯤 정책 전환을 할 것으로 봐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서 시 주석이 국가주석 연임에 성공하고 나면 풀릴 것으로 보는 겁니다. 반대로 지금 나오는 신호로 봤을 때 내년 말 또는 2024년 이후에나 정책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적잖아요.

11월9일 자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보면 중국 관리들이 국제보건기구(WHO)의 코로나 19 경고 등급을 예의주시한다는 대목이 눈에 띕니다. WHO는 3개월에 한 번씩 긴급위원회를 열어 코로나 19 경고 등급 조정을 논의하죠. 2020년1월 ‘국제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public-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포한 이후, 계속 이 등급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중국 관리들이 이 등급 조정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아요. WHO가 등급을 하향 조정하면 시 주석도 국제기구 결정을 명분으로 ‘코로나 19 항전 승리’를 선언하면서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요즘 중화권에서 유행하는 말대로 ‘베이징의 그 한 사람’ 때문에 중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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