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왼쪽에서 둘째)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오른쪽 끝에서부터 서진영 한중 전문가 위원회의 한국 측 위원장, 양제츠 당시 중국 외교부장, 맨 왼쪽은 이규형 당시 주중대사./조선DB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식이 24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호텔에서 주중 한국대사관과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주최로 열린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 양국 정·재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20주년 행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현 주석)이 참석했던 것과 비교해 중국 측 참석자의 급과 규모가 축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교 기념 행사가 열리는 댜오위타이 17호각 팡페이위안(芳菲苑)은 1992년 8월 24일 이상옥 당시 한국 외무장관과 첸지천 중국 외교부장이 수교 문서에 서명을 한 장소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내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수교 초심(初心)’과 함께 양국 관계에서 상호존중, 독립·자주를 강조하고 있다.

한·중 수교 20주년 행사의 경우 2012년 8월 21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인민대회당은 정상회담 등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가 개최되는 곳이다.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 양제츠 당시 중국 외교부장(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외교 담당) 등이 참석했다. 차기 중국 지도자로 확정된 시진핑 당시 부주석이 직접 환영 만찬장에서 케이크를 자르기도 했다.

다만 중국이 2020년 강력한 코로나 방역을 실시한 이후 인민대회당을 외부 인사에 공개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장소 측면에선 한국을 배려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중국이 다른 국가와 개최한 수교 기념 행사는 미술관, 콘서트장 등에서 열렸다.

수교 3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쳐 한·중 인사들이 1년간 논의한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 공동보고서를 양국 정부에 전달하는 행사도 진행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보고서 원문을 볼 수 없다. 한국 외교부는 “보고서 내용은 정부만 참고하도록 돼 있어 원본은 공개되지 않는다”며 “주요 내용은 발췌해 보도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국 정부는 수교 20주년 때도 양국 발전 방향을 논의한 전문가 보고서를 만들어 양국 정상에 전달했지만, 정부는 보고서를 ‘기밀’로 분류해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수교 축하 메시지도 나올 예정이다. 이에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오전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비즈니스 포럼’ 영상 축사에서 “양국은 이사할 수 없는 이웃으로, 선린우호를 지키고 핵심 이익을 지키며 양자 관계 발전을 추구하자”며 녹색 발전, 기후변화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자고 있다. 또 산업망·공급망 안정을 강조하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길 희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