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여 있죠.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느라 돈을 너무 많이 푼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까지 폭등해 물가가 치솟는 겁니다. 각국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앞다퉈 금리를 올리느라 부산해요.

그런데, 중국은 딴 세상입니다. 인민은행은 4월25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했어요. 대형 은행 기준 11.50%였던 지급준비율이 11.25%로 내려갔습니다. 작년 12월 0.5% 포인트 인하에 이어 5개월 만에 다시 내렸어요.

◇5개월 만에 또 내린 지급준비율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예금 중 일정 비율의 금액을 고객 지급용으로 중앙은행에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비율이 낮아지면 대출 등으로 시중에 풀리는 돈이 늘게 되죠. 중국은 통화 정책 수단으로 금리보다 지급준비율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로 5300억 위안(약 101조원)의 장기 자금이 시중에 풀릴 것으로 예상하더군요.

중국 정부도 돈 풀기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각 지방 정부 재정 책임자들을 불러 놓고 인프라 건설 투자를 대폭 늘리라고 주문했어요. 중국 전역에서 도로·발전소 등 대규모 인프라 공사 착공식이 하루가 멀다고 열립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4월11일 장시성 난창에서 열린 지방정부 주요 책임자 좌담회에서 인프라 건설 투자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CCTV 캡처

시진핑 주석도 4월26일 열린 공산당 중앙재경위 회의에서 “인프라 건설 투자를 전면적으로 강화하라”고 지시했어요. 마치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처럼 중국 전체가 경기 부양에 모든 걸 거는 분위기입니다.

이처럼 난리가 난 이유는 ‘제로 코로나’로 상하이 등 전국 20여개 도시가 전면 또는 부분 봉쇄에 들어가면서 올해 성장률 목표(5.5%) 달성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에요.

◇재정 쏟아붓고도 5% 실패한 1분기

올해 1분기 중국 성장률은 4.8%로 작년 4분기(4.0%)보다 높았습니다. 블룸버그(4.3%), 로이터(4.4%) 등의 예상치를 웃돌았죠.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중국 당국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중국 정부는 작년 4분기 4%까지 떨어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1분기에 인프라 투자 자금을 쏟아부었죠. 올해 지방 정부에 허용된 인프라 투자 전용 채권 발행 한도가 3조6500억 위안(약 700조원)인데, 이 중 1조2500억 위안(약 115조원)을 1분기에 발행했습니다. 한해 인프라 투자 자금의 3분의 1을 몰아넣은 거죠. 관변 싱크탱크들은 이를 근거로 5% 이상 성장을 자신했습니다.

인프라 투자 덕분에 성장의 3대 축(투자·무역·소비) 중 하나인 투자는 9.3% 성장하는 데 성공했어요. 하지만 과도한 방역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소비증가율이 3.3%에 그친 것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중국 내에서 처음으로 오미크론이 확산돼 장기간 봉쇄를 겪었던 톈진은 1분기 GDP 증가율이 0.1%에 그쳤어요.

◇상하이 봉쇄 반영되는 2분기는?

문제는 톈진에 비할 수 없이 경제 비중이 큰 상하이 봉쇄가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하이를 필두로 한 창장삼각주 지역은 중국 제조업과 금융, 물류의 중심지에요.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2019년 기준)에 이릅니다. 상하이 봉쇄 여파가 제대로 반영되면 2분기 성장률은 3%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요.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26일 “시진핑 주석이 지난 수주 동안 고위 경제·금융 당국자들을 불러 회의를 갖고 어떻게 해서라도 올해 성장률이 미국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이 올해 목표로 하는 5.5%를 달성하는 가장 쉬운 길은 방역 정책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이죠.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주도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확진자와 사망자를 크게 줄임으로써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가 서방 자유민주주의 체제보다 더 우월함을 증명한 것처럼 선전해오다 보니 발길을 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깊고 깊은 ‘정치 방역’의 늪

제로 코로나를 계속하는 한 소비가 살아나기는 어렵죠. 봉쇄된 지역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공업 생산도 차질을 빚습니다. 침체 상태인 부동산 경기도 회복이 쉽지 않죠. 결국 기댈 곳은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미국은 작년 4분기 5.5% 성장을 기록하면서 4% 성장에 그친 중국을 압도했어요. 작년 전체로도 5.7%를 기록해 37년 만에 최대 성장 폭을 기록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년 만에 미국 성장률이 중국을 앞질렀다”고 큰 소리를 칠만 했죠.

4월29일 베이징의 한 쇼핑몰 밖에 설치된 코로나 19 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올해 장기집권 여부를 결정하는 20차 당 대회를 앞둔 시 주석은 초조한 듯 무리수를 두고 있어요.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인프라 투자를 다시 들고 나와 제로 코로나 봉쇄를 계속하면서도 동시에 성장 목표도 달성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상하이에 이어 수도 베이징까지 봉쇄 위기에 직면하는 등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죠. 중국 경제의 시계가 정치 방역의 늪에 빠져 거꾸로 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