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위구르자치구의 소수민족 인권 문제는 2021년 한해 미중 관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사안이었죠. 지난 5년간 위구르족 100만명 이상이 재교육 캠프라는 이름의 수용소에 갇혀 강제 노동을 당했고, 성고문과 강제 불임 시술 등 민족 말살 정책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지난 성탄절에 말 많았던 천취안궈(陳全國·66) 신장 당서기가 결국 교체됐습니다. 위구르족에 대한 철권 통치로 악명이 높은 그는 작년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죠.

신장위구르자치구 당 서기에서 물러난 천취안궈(왼쪽)와 신임 서기인 마싱루이 전 광둥성 성장. /톈산망, 광둥위성TV 캡처

◇유엔서도 논란되자 부담 느낀 듯

천취안궈는 2016년부터 신장 당 서기를 맡았으니 5년을 재임했습니다. 당 서기 임기가 보통 5년이니 지금 그만둬도 이상할 것은 없죠.

하지만 두 달 전인 10월 말에 있었던 신장 당 대회에서 다시 당 서기로 선출됐는데, 두 달 만에 교체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월23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한 날이었죠. 그 이틀 뒤에 당 서기 교체가 이뤄진 겁니다.

얼핏 순리에 따른 인사로 보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집요하게 신장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유엔에서까지 논란이 되자 시진핑 주석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후임에는 중국 달 탐사 프로젝트 총감독을 맡은 경력이 있는 우주공학자 출신 마싱루이(馬興瑞·62) 광둥성 성장이 임명됐습니다. 철권 통치에서 경제 중심으로 신장 통치 노선을 바꾸겠다는 뜻인 듯 합니다.

◇강압 통치가 부른 폭동과 테러

신장 당서기는 흔히 ‘신장왕(王)’이라고 부릅니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 신장을 철권 통치했던 왕러취안(王樂泉)의 성이 왕씨인 데서 이런 별명이 나왔다고 해요.

왕러취안은 북한의 오호담당제와 같은 감시 조직을 운영하면서 위구르족 동태를 감시하고 가족에 통보도 하지 않고 구금하는 등 강권 통치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여기에 반발해 일어난 것이 2009년 7월 우루무치 폭동 사태였죠. 칼과 몽둥이로 무장한 위구르족 주민들이 한족 이주민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고, 한족도 여기에 맞서 보복하면서 197명이 숨졌죠.

이 사태로 왕러취안 서기가 물러나고, 공학도 출신의 장춘셴 후난성 서기를 임명했습니다.

신장왕(王)으로 불렸던 왕러취안 전 신장 당 서기. 퇴임 이후 중국법학회 회장으로 있을 때의 모습. /베이징청년보

장 서기는 위구르족 민심을 달래는 유화정책을 펴면서 이 지역 경제 발전에 주력했죠. 하지만 우루무치 폭동으로 힘을 얻은 위구르족 무장세력이 2011년부터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테러를 일으킨 것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2016년 티베트 당서기로 소수민족 탄압에 일가견이 있는 천취안궈가 신장 당서기로 부임했죠.

천취안궈는 부임 첫 일정이 위구르족 사회 안정을 위한 방안을 위한 회의였습니다. 철저한 통제 덕분에 이후 위구르족의 테러 활동은 자취를 감췄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혹한 인권 탄압과 민족말살정책이 있었습니다.

◇시 주석이 직접 재교육 지시

중국 전역에는 31개 성시(省市·성 및 직할시)가 있으니 이 지역을 책임지는 당 서기도 31명이죠. 이 중 6명의 당 서기가 25명으로 구성되는 중앙정치국원이 됩니다. 베이징·상하이·충칭·톈진시 서기와 광둥성, 신장위구르자치구 서기입니다. 그만큼 신장 통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역대 신장 서기들은 말로가 그리 좋지 않았어요. 왕러취안은 당 중앙정법위 부서기로 밀려났다가 2년 뒤 은퇴했죠. 장춘셴 서기는 중앙정치국원 자리에서 쫓겨나고 한직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으로 밀려났습니다. 그의 유화정책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14년4월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방문해 연설한 내용. 시 주석은 이 연설에서 위구르족 분리주의자에 대한 강경 대응과 재교육 등을 지시했다. 기밀로 분류돼 있는 이 문건은 독일 인류학자 아드리안 젠츠가 지난달 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했다. /트위터

천취안궈는 시 주석의 방침에 충실했던 인물입니다. 시 주석은 2014년 신장 방문길에 테러 사건이 일어나자 “조금도 자비를 베풀지 말고, 그들이 하는 식으로 거칠게 대응하라”고 지시했죠. 또 “범죄자들에 대한 교육 개조와 전향 공작을 잘하라”고 한 것이 재교육 캠프 설치로 이어졌습니다.

신장 인권 문제의 당사자가 바로 시 주석이죠. 이 때문에 천취안궈를 희생양 삼아 신장 문제 공세에서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천취안궈가 내년 20차 당 대회에서 최고지도자급인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67세가 되고 건강도 좋지 않은 그가 신장 통제를 잘했다고 상무위원이 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아요.

당장 맡은 일은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부조장이라고 합니다. 이 소조 조장은 그보다 한참 젊은 후춘화 부총리죠.